[SOH]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이 계속 기승을 부리면서 중국인을 넘어 중국계 현지인에 대한 ‘공포증’(포비아)이 커지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중국인 입국을 사실상 제한하는 한편 중국인 출입이나 택시 탑승을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가 우한 폐렴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여전히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판매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中 우한 폐렴 사망자 260명 육박... 해외서도 급속 확산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새 무려 45명 더 늘어 총 25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새로 확인된 감염자는 1347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총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가 전날 0시 기준으로 발표한 전국 31개 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9692명, 사망자는 213명이었다.
2003년 사스 당시 전 세계 환자가 8098명, 사망자가 77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한달여만에 환자가 사스 수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을 넘어 아시아는 물론 유럽,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경우에도 2~3차 감염사례까지 속속 보고되면서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이틀새 6명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국내 확진환자는 총 12명으로 늘었다.
영국에서는 잉글랜드 북동부 요크셔에 머물던 중국인 부부 여행객에서 감염 증상이 나타난 뒤 곧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BBC 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우한에서 자국민을 포함한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을 수송하기 위해 보낸 전세기가 이날 도착하자 격리와 함께 감염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도 30일 밤 체류하던 60대 중국인 부부 관광객 2명이 신종코로나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을 왕래하는 모든 직항편의 운항을 정지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내놨다.
또 스웨덴에서도 최근 우한을 방문했다 지난 24일 귀국한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격리됐다.
스웨덴에서 첫 사례이자 북유럽에서는 핀란드에 이어 두 번째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에서도 동부 시베리아의 자바이칼주와 우랄산맥 인근 튜멘주에서 각각 중국인이 바이러스에 확진됐다고 보건 당국이 확인했다.
러시아는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증폭하자 중국인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을 보류하는 한편 몽골 국경을 통한 입국을 차단하고, 중국과의 정기 항공 노선을 대부분 잠정 폐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에서는 어린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8명이 됐다.
■ 코로나에 뉴욕증시도 ‘휘청’... 美 공중보건비상사태 선포
미국 뉴욕증시도 ‘신종코로나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가 급속도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03.41포인트(2.09%) 급락한 28,256.0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이후로 최대 낙폭이다. 다우지수는 장중 650포인트가량 밀렸다가 장 막판 낙폭을 다소 줄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8.14포인트(1.77%) 떨어진 3,225.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8.00포인트(1.59%) 하락한 9,150.94에 각각 마감했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전세계적인 보건 이슈로 급부상한 이후로 다우지수가 2%대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주 다우지수는 2.53%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2.12%, 나스닥은 1.76% 내렸다.
시장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 상황과 주요 경제지표 및 기업 실적 등을 주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폐렴을 국제적 비상사태로 선포한 가운데, 확산이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WHO가 교역 및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았지만,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은 물론 글로벌 여행 및 소비가 줄어들며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에서 7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한 폐렴에 대한 대응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전날 밤 중국으로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올린데 이어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서는 미국 입국을 잠정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는 2월 2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발효된다.
또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이 속한 후베이(湖北)성에서 귀국하는 미국 시민들은 별도 시설에서 14일간 의무적으로 격리된다.
미국 정부는 2월 2일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항공편을 7개 주요 공항으로 몰아 탑승객들의 질환 감염 여부를 검사할 예정이다.
■ 글로벌 항공사 中 운항 전면 중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각국 항공사들이 중국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은 미구 본토에서 중국을 오가는 정기 직항 노선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델타항공은 4월 30일까지 중단하며 아메리칸항공은 3월 27일까지, 유나이티드항공은 3월 28일까지 중국을 옥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몽골 정부는 앞서 이달 27일 중국과 접경지대를 폐쇄하고 전국 학교에 일주일간 휴업령을 내렸다.
카자흐스탄도 도로까지 포함해 중국과 연결된 모든 수송망 운영을 중단한다고 30일 밝혔다.
카자흐스탄 공항의 도착비자도 중국인 상대로는 발급을 중단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은 3월까지 중국 본토를 오가는 노선 절반 이상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며, 싱가포르는 국적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을 비롯, 실크에어와 스쿠트항공 등 저가 항공사도 이달까지 항공편을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 “중국인 식당 출입 금지”... 지구촌서 ‘중국인 혐오’ 기승
전 세계가 ‘우한 폐렴’ 확산 차단에 비상이 걸리면서 지구촌 곳곳에서는 중국인 전체에 대한 반감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발 항공기 입국 금지는 물론 일부 식당이나 호텔에서는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 붙인 식당이 등장했으며, 중국인 숙박을 금지하거나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3일 올라온 해당 청원은 현재 61만명이 참가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이래 ‘최다 참여자’ 8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각국이 우한 폐렴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기업이나 유학생, 교민 문제 등 경제·외교적으로 문제가 얽혀있어 입국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비추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일본의 한 식당을 찾은 중국인 여성에게 종업원이 “중국인은 나가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종업원은 어딘가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식당 주인이 바이러스에 걸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구에서도 노골적으로 중국인 혐오가 번져가고 있다. 프랑스 지역신문 르 쿠리에 피카르(Le Courrier Picard)는 지난달 1면에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황색 경계령”(Yellow Alert)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가 역풍을 맞자 사과했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미 뉴욕주 업스테이트에 있는 한 고교의 중국계 학부모 에이미 리는 지난주 학교로부터 자신의 자녀들이 속해 있는 중국어반의 현장 체험 학습이 취소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해당 현장학습은 뉴욕시 차이나타운의 춘제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었는데 학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 중국선 ‘야생동물’ 판매 여전
이런 상황에도 중국에서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남방도시보는 지난 29일 광저우(廣州)의 한 재래시장에서 대나무쥐, 꿩 등을 은밀히 팔고 있었다고 31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 역시 야생동물에 대한 거래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6일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농업농촌부, 국가임업국 등 3개 부문은 신종코로나 방역을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를 해결할 때까지로 기한을 정했다.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설 만큼 신종코로나가 무섭게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금지령에도 야생동물이 계속 팔리고 있는 것이다.
후베이성 충양(崇陽)현에서 야생동물을 불법 유통한 업자가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히기도 했다. 중개상 장(張) 모씨는 인근 퉁산(通山) 지역 등에서 구매한 사슴의 일종인 키용 1마리와 흰족제비 1마리 등 야생동물 사체를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후베이성 인접 지역은 후난(湖南)성 융저우(永州)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운영되던 야생동물 매매상의 장물 은닉장소를 적발됐다.
현장에서는 얼린 노루 10마리, 얼린 멧돼지 1마리를 비롯해 얼린 대나무쥐 10마리, 얼린 산토끼 57마리, 조류 200여마리, 살아있는 악어거북 8마리, 살아있는 남생이 2마리 등이 나왔다.
많은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다른 동물로 옮겨졌다가 인간으로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고양이를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열고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근래 인간에게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의 약 70%는 야생동물에서 유래됐다"며 "야생동물은 바이러스의 공장이자 창고이며 야생동물에 의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야생동물에 대한 잘못된 미신과 식도락, 신분 과시 등으로 여전히 야생동물을 전시, 판매, 식용하고 있다"며 "야생동물 거래, 판매, 도살, 식용을 영구히 금지해 인류의 건강과 안전, 보건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에너지경제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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