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민주화 시위 장기화에 따른 관광객 급감으로 홍콩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홍콩의 초대형 연말 관광 이벤트인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가 취소됐다.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대규모 시위 발생을 우려해 이달 31일 빅토리아 하버에서 열릴 예정인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홍콩은 해마다 신년을 앞두고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를 개최해왔다. 매년 이 축제를 위해 홍콩 빅토리아 하버 인근 바다에는 바지선이 늘어서고, 배들이 쏘아 올린 화려한 불꽃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행사에는 1400만홍콩달러(약 21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홍콩 관광청은 대신 일부 건물 옥상에서 소규모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결정은 홍콩의 관광객 감소 여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콩 관광산업은 시위 여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265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급감했다. 이는 2003년 4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관광객 감소율이다.
특히 홍콩 입국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본토인의 방문이 급감했다. 홍콩 시위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홍콩을 찾는 중국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0월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인은 250만 명으로, 전달 대비 45.9% 감소했다.
관광객 급감은 여행, 요식업 등의 실업률 급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요식업계의 9∼11월 실업률은 평균 6.2%를 기록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여행업계 실업률도 5.2%로 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경기 침체의 여파로 홍콩 전체 실업률도 3.2%로 올라섰다.
홍콩에서 취소된 행사는 연말 불꽃 축제뿐이 아니다. 홍콩을 ‘여행자의 도시’로 만든 유명 축제와 행사들도 시위 영향으로 잇따라 취소됐다.
지난달에는 22~24일 열릴 예정이었던 홍콩 최대 음악 예술 축제 ‘클락켄플랍(Clockenflap)’은 행사 1주일을 앞두고 취소됐다. 축제 장소인 홍콩섬 센트럴이 시위 빈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10월 19~20일로 예정됐던 힙합 축제 ‘롤링라우드(Rolling Loud)’와 10월 31일~11월 3일로 예정됐던 와인·음식 축제 ‘와인앤다인(Wine & Dine)’도 취소됐다.
침사추이 지역에서 매년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벌이는 퍼레이드는 내년에 소규모 축제로 대체됐다. 이 지역이 홍콩 시위의 중심지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40여 국가는 홍콩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지난달 15일 홍콩 여행 경보를 1단계 ‘여행 유의’에서 2단계 ‘여행 자제’로 높였다.
2단계 ‘여행 자제’는 4단계 중 두 번째로 낮은 단계로, 여행 예정자에게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라고 권고할 때 지정된다.
SCMP는 홍콩의 관광 산업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극성을 부리던 2003년 4월 이후 1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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