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 정부가 강행을 고집하던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이 시민들의 강력 반발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시위대에 점거돼 있던 입법회와 정부청사의 주요 외곽 도로들 통행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재개됐다.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퇴진을 외치며 홍콩 주요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정부의 송환법 무기한 연기 결정에 따라 이 날 밤부터 도로 점거를 끝내기로 경찰과 합의했다.
16일 밤에는 퀸즈웨이(Quennsway)와 렁워길(Lung Wo Road) 길의 통행이 재개됐으며, 다음날 오전에는 하코트길(Harcourt Road)도 통행이 재개됐다.
홍콩에서는 전날(16일)에도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홍콩 3가구당 1가구 꼴인 약 200만명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 1989년 천안문 사건을 지지했던 홍콩 150만 시위 이래 최대 규모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하철 애드미럴티 역과 연결된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다가 추락해 목숨을 잃은 량모씨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나와 일명 ‘검은 대행진’을 진행했다.
홍콩 입법회는 지난 10일 약 10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해당 법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시위 양상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15일 해당 법안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송환법 추진과 관련해 12일 2차 심의에 이어 61시간의 토론 시간을 갖고 오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격화되자 결국 일보 후퇴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만 완전한 철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정부청사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사회의 다양한 우려를 반영해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한다”며, “법안 추진에 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여러 정당과 협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콩 시민들은 16일 ‘송환법 완전 철회’와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며, 빅토리아 공원으로부터 홍콩 중심부에 위치한 정부청사로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대규모 시위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서 촉발됐다. 이 법안은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본토로 송환하도록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콩은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협약을 맺었지만, 중국과는 20년 간 체결하지 않았다.
도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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