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베이징시가 공공 안전을 이유로 장거리 버스 운전기사들의 건강과 감정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전자 손목밴드'를 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북경일보’ 등에 따르면, 국영 베이징공공운수는 지난 21일 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는 장거리 노선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전자 팔찌 1800개를 나눠줬다.
이유는 운전기사들의 건강과 감정 상태를 실시간 관찰해 버스의 안전 운행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 팔찌는 운전기사의 호흡, 체온, 심장박동, 혈중산소포화도, 혈압, 수면 등과 함께 불안과 같은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 정보 침해 △스트레스 유발 △사고 방지 실효성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베이징의 변호사 왕충웨이는 SCMP에 “버스 운전사로부터 과도한 개인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실시간으로 이상이 감지될 경우 적시에 개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캘빈 호 홍콩대 교수는 전자 팔찌가 측정하는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호 교수는 “전자 팔찌가 측정하는 감정과 건강 상태의 정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착용자가 부당한 고통과 차별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시에서는 지난 7월에도 전자 팔찌 논란이 있었다. 당시 시내 한 주거 단지에서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와 코로나19 자택 격리를 하는 주민에게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 팔찌를 착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중국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7월 13일 광둥성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한 여성은 주민센터로부터 7일간 자택 격리를 통보받았다.
14일 새벽 1시, 주민센터 직원이 그녀에게 코로나19 모니터링 전자 팔찌를 주기 위해 찾아왔고 팔찌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웨이헬스(Wei Health)’ 앱을 다운로드해달라고 요구했다.
모니터링 전자 팔찌 매뉴얼에는 팔찌는 체온과 심박수, 운동 상태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감시하는 장치이며, 하루 24시간 착용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이에 해당 여성은 웨이보(중국 SNS)에 “정부의 감시가 지나치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전자 팔찌 관련 앱을 다운받아 기기 고유번호를 입력하고 휴대전화와 연동해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며 개인 신상 정보 유출을 우려했다.
이후 전자 팔찌를 받았다는 다른 누리꾼들의 글이 이어지면서 “단순히 체온 측정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공식적인 정책이나 규정을 보지 못했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14일 베이징 위생건강위원회 관계자는 “모니터링 전자 팔찌 착용을 요구하는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며 “지역 사회의 (개별적인) 전염병 예방 조치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발이 거세지자 주민센터는 결국 전자 팔찌를 회수했다.
전 국민에 대한 디지털 감시가 진행되는 중국에서는 당국의 과도한 주민 감시 및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장기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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