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운영 중인 전자 확인증(건강코드)을 시민들의 항의를 막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중국 ‘봉황망‘ 등에 따르면 은행 예금 동결을 항의하려던 일부 중국 시민들의 스마트폰 건강코드가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건강코드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입한 디지털 QR코드로, 녹색(안전), 황색(주의), 빨간색(위험)으로 분류된다. 빨간색 코드 소지자는 격리 대상이 된다.
베이징에 사는 A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예금을 동결한 은행에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시로 향했다.
그는 평생 모아온 600만 위안(11억5000만원)을 허난성의 소규모 농촌 은행에 저축했으나 4월 이후로 한 푼도 인출할 수 없었다.
A씨는 정저우로 오기 전 48시간 이내에 진행된 핵산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건강코드도 당연히 녹색이었다. 그러나 정저우에 도착하자 빨간색으로 변했다.
이로 인해 그는 즉시 격리소로 이송됐다. 그곳에는 여행객 40여 명이 같은 이유로 갇혀 있었다.
A씨는 다음날 예정된 예금 동결 항의 시위에 참가하려 했지만,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들의 감시를 받으며 베이징행 기차에 올라야 했다.
A씨 외에 정저우를 찾은 다수의 예금 동결 피해자들도 같은 일(건강코드 색 변경)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건강코드 남용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변호사 셰양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한의 상황을 취재해 외부로 알렸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장잔 변호사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갔지만 건강코드가 빨간색으로 변해 발이 묶였다.
당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건강코드가 활동가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도구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건강코드는 ‘제로 코로나’ 정책 일환으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대중교통 이용과 모든 외부 장소 출입 시 이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보도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민들의 집단 행동을 막기 위해 건강코드를 의도적으로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다.
일부 네티즌들은 “방역을 위한 도구가 시민들의 청원을 막는 족쇄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국제인권단체도 중국 당국의 불투명한 방역정책을 지적했다.
중국 디지털 감시 전문가 마야 왕 휴먼라이츠워치(HRW) 연구원은 “중국의 건강코드는 투명성이 결여됐다”며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작동 원리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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