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연대체이자 지난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민간인권전선이 홍콩보안법 압력으로 공식 해산했다.
16일 ‘홍콩방송(RTHK)’ 등에 따르면,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성명을 통해 “지난 13일 열린 참여단체 대표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당국은 코로나19를 빌미로 민간인권전선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집회 신청을 모두 거부했고, 참여단체에 대한 압박도 거세졌다”며,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활동을 지속하려 했지만, 피고 찬 상임 공동의장이 수감된 이후 사무국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찬 의장은 불법 시위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징역 18개월 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됐다.
홍콩 경찰당국은 단체 해산 결정에도 기존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도 17일 기자회견에서, “조직이 자진 해산하더라도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법 집행 기관이 계속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할 것이며, 법을 위반하면 그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학생 조직도 겨누고 있다. 홍콩 경찰은 18일 홍콩대 총학생회 간부 4명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발생한 경찰관 피습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를 추모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대 총학생회는 당시 한 남성이 경찰관을 흉기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홍콩을 위한 희생에 감사한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채택했다가 논란이 일자 결의안을 철회했다.
홍콩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바탕으로 체포된 이들이 가해자를 순교자, 용기있는 사람 등으로 묘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들의 행위는 테러를 찬양·옹호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처벌과 탄압을 우려한 민주진영의 단체 해산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가 전격적으로 해산 결정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로부터 ‘악성종양’이라는 비난을 받은 지 10여일 만인 지난 10일 전격 해산을 발표했다.
홍콩 최대 단일 노조였던 교사노조에 이어 시민사회의 구심점이었던 민간인권전선까지 사라지면 홍콩 시민사회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2002년 9월 홍콩 당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체로 출범했다.
보안법 제정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우려한 홍콩 시민사회는 공동 대응을 위해 그해 9월 13일 인권전선을 결성했다.
당시 인권전선에는 △인권단체(4) △정치단체 및 정당(10) △직능단체(3) △종교단체(6) △노동단체(4) △학생단체(3) △여성 및 성소수자 단체(7) 등이 참여해 사실상 홍콩 시민사회를 망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단체에 대한 당국의 탄압은 다른 단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친중매체와 중국 관영매체들은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추모집회를 주최해 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와 홍콩기자협회 등을 다음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다.
조슈아 로젠바이크 국제앰네스티 중국 팀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홍콩보안법이 독립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더 이상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당연시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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