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이 설립해 초대 총장을 맡았던 경영대학원 후판대(湖蜂大学)의 명칭이 '저장후판창업연구센터(浙江湖畔创业研学中心)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마윈 때리기’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 SNS에는 후판대 교문 앞에서 학교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표지석에 새겨진 대학명을 지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후판대는 학교 명칭이 '저장후판창업연구센터‘로 변경됐다. 이는 중국 교육 당국이 '민간 비학력 고등교육기관의 학교 설립 행위에 대한 규범'이라는 규정을 제정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마윈이 작년 중국 금융당국을 비난하는 발언 이후 당국의 ‘마윈 때리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후판대학교는 2015년 3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뜻이 맞는 기업가, 학자 9명과 항저우에 설립한 경영대학원이다. 후판'이라는 명칭은 마윈이 알리바바를 창업하기 전 머물렀던 공동주택 이름인 '후판화위안(湖畔花园)'에서 비롯됐다.
이 대학은 마윈이 초대 총장을 맡은 뒤 창업자들을 위한 엘리트 양성 기관으로 명성을 얻었다. 후판대학의 입학 조건은 매우 까다롭지만 지원 경쟁률은 매우 치열하다. 2019년, 지원자 약 1400여명 중 약 40여명만이 합격했다.
입학 지원자격은 ▲연간 영업이익 3000만위안 이상 , 직원 30명 이상 보유 ▲법인세 납부 3년 이상 ▲후판대학 지정인 포함 3인의 추천서 등이 요구된다.
학비는 3년간 58만위안(1억3백만원)이며 입학 전 완납해야 한다. 후판대의 학비는 중국 최고 명문대 칭화대 MBA 학비(31만(5300만원))보다 월등히 높다.
기업가들은 까다로운 입학 조건과 비싼 학비에도 “질 좋은 인맥을 쌓을 수 있고 중국 최고의 사업 성공가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이유로 매년 입학에 도전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판대의 명칭 변경에 대해 “중국 정부의 압박이 마윈이 관여한 다른 영역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후판대가 공산당에 비판적인 엘리트 기업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판대가 중국 당국의 타깃이 된 정황은 지난 3월 말 예정된 신입생 수업이 중단되면서 감지됐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금융 당국의 후진성을 공개 비판한 뒤로 당국에 찍혀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이 돌연 무산됐고 마윈과 앤트그룹 임원진들은 중국 4대 금융감독 기관과의 예약 면담에 불려갔다.
이후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여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182억2800만 위안(약 3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 상장 결정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관료가 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중국 국무원은 14일 교육산업 규제 강화를 위한 민간교육촉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민간 사립학교가 당국의 지도를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이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킨 비즈니스스쿨의 셰톈(謝田) 교수는 “중국 당국은 민영 기업가와 지식인들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며, “마윈이 운영하는 이 대학은 명나라 시대의 동림당(東林党)과 비슷하다. 공산당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림당은 명나라 후반 17세기 궁중 내 관료들 사이에서 나타난 반 환관세력으로, 정치권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당쟁을 거듭하며 명조 멸망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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