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의 경제가 미국과의 갈등, 우한폐렴(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갈수록 침체하는 가운데, 희망을 찾아 이민에 나서는 중국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랍권 방송 <알자리라>에 따르면, 2017~2019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시민권을 얻은 2천500명 명단 중 중국인이 500여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단에는 중국인 재벌 2세인 중국 부동산기업 ‘컨트리 가든’의 대주주 양후이옌(楊惠姸·39)도 포함됐다. 양 씨는 지난 2018년 10월 키프로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양 씨는 아시아 최대 여성 갑부로 재산 규모가 203억 달러(한화 약 24조920억4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6위에 올랐다.
중국인들의 해외 이민 러시는 중국의 경제 상황과 안전한 재산 확보에 대한 불안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키프로스 이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시민권 취득 후 현지에 거주하지 않아도 되고 유럽연합(EU) 27개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키프로스는 투자 이민을 통해 시민권을 발급하고 있다. 최소 215만 유로(약 30억2137만원)를 투자해야 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미 많은 중국의 부자와 사업가, 부패 관려들이 자산 안전을 위해 해외로 이민했다.
RFA는 중국 헤이룽장성 민간기업의 전 고위 임원을 인용해, “중국인들은 자국의 상황을 매우 불안해 하기 때문에, 해외 이주와 망명은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부유층뿐 아니라 당국에 의해 ‘저단인구 (低端人口, 저수입이나 저학력 등의 낮은 순위의 사람들)’로 지칭되는 일반 시민들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국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광둥성 시민 쑨(孫) 씨는 RFA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향후 쇄국이 되는 게 아닐까 염려된다”며, “경제는 엉망이고 실업률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지금) 배에 대량의 물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중국의 전망은 매우 어두워 국민은 이제 편안하게 살 수 없다”고 토로했다.
40대 후반인 쑨 씨는 지난 7월 두 아들과 유럽 동남부 발칸 반도에 위치한 국가에 입국했다. 국가명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국민들의 해외 이민을 단속하기 위해, 최근 공무원과 국영기업 간부들에게 여권을 근무처에 상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일부 지방 정부는 공립학교 교사 및 정년 퇴직자의 여권을 몰수했다.
또한, 당국은 여권 몰수 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는 지난 9일, 베이징 핑구(平谷)구 당국이 관할 내 각 마을 당 위원회와 거주민 위원회 간부의 여권을 박탈했고, 여권 신청 중인 간부에 대해서도 심사 기준을 한층 더 엄격하게 한다고 전했다.
RFA는 후난성의 한 마을 당위원회 간부를 인용해, “8월 중 상부가 향후 개인 여권을 맡는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이 같은 상황은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국민 한 명당 외화 환전을 연간 5만 달러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 통화 조사기관인 Chainalysis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약 500억달러의 암호화 통화 자산이 중국에서 해외에 송금되어 당국의 환율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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