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 13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의 실속없고 지루한 질문 내용에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나타내 화제가 됐던 ‘제일재경(第一財經)’의 량샹이(梁相宜) 기자가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자회견 당시 AMTV 소속의 장후이쥔(張慧君) 기자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관계자에게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얻은 해외 부동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하지만, 장 기자의 질문은 ‘개혁개방 40주년’,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등 큰 주제를 잇달아 거론하며 약 50초간 이어져 듣는 이들을 지루하게 했다.
량 기자가 얼굴을 찡그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장 기자의 지루한 질문에서 비롯된 당시 논란은 중국중앙(CC)TV를 통해 고스란히 중국 전역으로 전달됐고, 네티즌들은 “우리의 심정을 대변했다”, “질문자는 가짜 언론 소속인 것 같다”, “당국의 방식은 늘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량 기자의 표정에 공감을 나타냈다.
방송이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영상은 ‘올해 양회에서 가장 볼만한 광경’이라는 제목으로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와 함께 량 기자의 ‘웨이보(微博)’ 계정의 팔로워 수도 기존의 수천 명에서 18만 명으로 폭증했다.
팔로워들은 “눈의 흰 자위를 드러낸 당신은 우리 젊은 세대의 중국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대변해 주었다.”, “당신이 지은 표정 덕분에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뚤렸다” 등의 댓글을 달며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기자회견 논란 이후 인터넷 통신판매 사이트에서는 량 기자의 얼굴을 디자인한 T셔츠와 스마트폰용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해외 중국어 매체 ‘차이나 디지털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미디어 관계자에게 이 사건에 대한 인터넷 규제를 지시했고, 13일 오후 량 기자의 모습이 찍힌 인터넷 동영상이 모두 삭제됐다. 또 다른 일부 언론에 따르면 당국은 기자회견 장면이 방송된 직후 량 기자의 취재 허가증을 취소시켰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장후이쥔이 기자회견 당시 자신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AMTV 소속이라고 밝혔음에도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질문한 것과 중국에 대해 ‘우리나라’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위화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또 AMTV가 CCTV와 제휴가 많고 주 로스앤젤레스 중국영사관의 후원을 받는 ‘가짜 해외매체’라고 지적했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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