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머리와 눈썹이 서리로 덮여 하얗게 된 ‘서리 소년’이 중국 내외에서 화제다. 영하 9도의 한겨울, 집에서 산길을 지나 도보로 통학하고 있는 윈난성 루덴(魯甸)현 신제(新街)진의 초등학생 왕푸만(王福滿)의 모습을 담당 교사가 촬영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올린 것.
왕 군이 다니는 학교는 집에서 약 4.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약 1시간 걸어야 하는 거리다. 걷는 동안 머리는 서리가 내려앉아 하얗게 되고,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다.
‘서리 소년’은 처음에는 특이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으나 소년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왕 군처럼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 시골에 남겨진 아동이 직면한 경제적 곤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왕군을 취재한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왕 군은 미끄러운 산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느라 자신의 모습이 ‘백발’로 변한 것을 몰랐다. 그는 한겨울임에도 얇은 자켓을 입고 있었다. 기자가 왕군에게 왜 두꺼운 옷을 입지 않았느냐고 묻자, 소년은 “집에 세탁기가 없어 손으로 빨래를 하기 때문에 두꺼운 외투를 빨기 어렵다”고 답했다.
왕 군의 아버지는 최근 쿤밍(昆明, 윈난성 성도) 시내 건설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며 한 달에 2000 위안(약 32.8만원)을 받고 있다. 어머니는 2년 전 가출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왕 군은 현재 누나(10), 할머니와 지내고 있다.
왕 군의 학교 교장에 따르면, 전교생 167명 중 왕 군을 포함해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아동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의 통학 시간도 짧게는 편도 10분부터 길게는 2시간까지 걸리고, 그 중 1시간을 넘는 학생이 30명 정도나 된다. 교실에는 난방시설이 없어 일부 학생들은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교장은 “현지 당국에 수차례 관련 예산을 신청했지만 줄곧 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일로 여론이 확산되자 비로소 지난 11일 이 학교의 난방시설 도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서리 소년’의 모습에 마음을 낸 네티즌들은 모금을 시작해, 11일까지 30만 위안(약 4,930만원) 이상이 모였다. 그러자 현지 당국은 ‘더 많은 가난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기금관리기구가 모든 기부금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당국이 기부금을 착복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 관련 단체들이 재해와 빈곤에 대한 자선금이나 기부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많아 그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2011년 발생한 궈메이메이(郭美美) 소동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계 자선단체인 적십자사의 총 책임자를 자칭한 미녀 궈메이메이가 고급 스포츠카와 명품 브랜드 제품을 애인에게 선물한 것이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칭화대 2016년 조사보고에 따르면, 유명인들의 모금이 이어져 잇따라 역대 최대 모금액을 기록한 2008년 쓰촨 지진에서도 기부금 대부분이 재해지역 지원에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중국은 G2를 강조하며 해외 각국에 ‘돈 외교’를 과시하고 있지만, 자국 내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매우 인색하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는 지난달 31일, 중국이 2017년 빈곤 인구 1000만 명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빈곤층에 대한 정확한 수치 등 자료는 밝혀진 바 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농촌지역의 7000만 명 이상은 하루 1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스콧 로젤르(Scott Rozelle) 교수에 따르면, 중국 농촌지역의 아이들 중 상당수가 건강에 문제가 있어 약 절반이 지적발달 지체가 의심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장기간의 외로움, 아동 노동, 비위생적인 환경 등 정상적인 뇌 성장 발달을 저해하는 환경이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사진: NEWSIS)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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