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경제 개방과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확산 및 해외유학생 증가 등으로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문화’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축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는 지난 2014년 핀란드의 명소인 ‘산타파크’ 분점 개념의 공원 건설에 들어가 2016년 5월 문을 열었다. ‘산타파크’는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 알려진 핀란드의 관광 명소다.
2014년 홍콩 사우스사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2010년 부주석 시절 로바니에미를 방문했으며, 당시 산타클로스와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 트리 제조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성탄절을 앞두고 상당수 지역에서 관련 축제나 행사를 금지하는 등 대대적인 ‘크리스마스 단속’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성탄절을 앞두고 중국 선양 약과대학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위원회가 단원들에게 ‘서구 문화의 침식에 대항하라’며 서구 종교 행사 개최를 금지한다고 통지했다. 공산당의 청년단체인 공산주의 청년단은 관보를 통해 “서양 휴일에 대한 열정이 공산당의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후이성 공청단도 SNS ‘웨이신(微信)’ 을 통해 ‘중국은 과거 서구열강의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굴욕의 기념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단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도 이 같은 금지령을 냈다. 후난성 헝양(衡陽)시 공산당 기율검사당국은 당원과 그 가족 및 친척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행사 참가를 금지했다. 헝양시 경찰당국은 크리스마스 기간 중 도심 순찰과 시민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할 것이며, 이번 지침을 어길 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 간쑤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 판매를 금지했고, 검열 당국은 각 언론사에 크리스마스 관련 기사를 일체 내보내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는 2014년 12월 25일 평론을 통해, 중국 내 크리스마스 확산은 미국이 내건 ‘이데올로기적 심리전’이고 ‘미국의 정치 이념과 가치관을 널리 침투하려는 것’이라며, 당원의 종교행사 참가를 일체 금지해야 한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외신과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성탄절 문화를 통제하는 것은 서구 사회의 가치관이 인민들에게 확산돼, 공산당 사상 통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데 따른 조치로 해석했다.
시사평론가 리무양(李沐陽)은 중국 당국은 서구 사회의 가치관이 인민들에게 확산되어 공산당 통치가 동요할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인터넷에서는 당국의 크리스마스 통제에 대한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서구 문화를 배제한다면, 우선 마르크스, 레닌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국은 크리스마스를 중국 전통명절의 방식으로 보내라고 촉구하지만, 중국의 전통은 이미 공산당에 의해 모두 파괴되지 않았는가?’, ‘국가주석은 산타클로스와 사진도 찍었는데, 우리에게는 왜 성탄절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가?’라며 당국의 통제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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