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중국 정부가 최근 상하이(上海)ㆍ선전(深圳) 등 중국 주요 도시 횡단보도에 '안면 인식기'를 설치해 무단 횡단 단속에 나서면서,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교통관리국은 최근 중국 산둥(山東), 푸젠(福建), 장쑤(江蘇), 광둥(廣東) 등 주요 도시 교차로에 무단 횡단 단속을 위해 안면 인식기와 스크린을 설치했다.
이 장치는 정지 신호에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의 사진과 15초짜리 동영상을 촬영해 즉시 스크린에 게시하며, 신호를 위반한 보행자는 길을 건너면서 바로 자신의 위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CCTV(폐쇄회로 TV)로 무단횡단하는 사람의 얼굴을 촬영한 뒤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특정하는 시스템으로,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얼굴 사진ㆍ동영상 등과 함께 주변 전광판에 띄워 위법 사실을 알린다. 일종의 도로 위의 ‘무인 경찰’인 셈이다.
공안 담당자가 단속된 사진과 공안국에 등록된 사진을 비교해 신분을 확인하면, 20분 내 위반자의 신분증 사진과 집 주소 등 개인정보가 스크린에 또 다시 공개되며, 공안국은 자체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도 관련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
이 장치의 가격은 1대당 10만 위안(1천600만원)으로, 지난 공안국은 올해까지 50개 주요 교차로에 안면 인식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공안국은 “앞으로 단속 정보를 위반자의 고용인과 주민 커뮤니티 등에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단속에 걸린 보행자는 20위안(3천200원)의 벌금과 30분의 교통 규칙 교육 또는 20분의 교통 봉사를 해야 한다.
지난달 초 안면 인식기를 설치한 산둥 성 지난(濟南) 시에서는 현재까지 6천여 건의 무단 횡단을 단속했다. 지난시의 한 관계자는 “안면 인식기를 설치한 뒤 주요 교차로의 하루 평균 무단 횡단 위반 수가 200건에서 20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안면 인식 시스템’은 이미 중국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KFC 매장에선 고객의 얼굴을 스캔한 다음 성별과 연령대를 파악해 그에 맞는 메뉴를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지 절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베이징의 한 공원에선 공공 화장실에 안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해, 유난히 자주 찾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있다. 중국초상은행은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안면 인식 기능이 장착된 약 1000대의 ATM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각종 위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으며, 나아가 사람들이 직장과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면밀히 감시해 2020년까지 모든 시민의 ‘사회적 신용’에 등급을 매기겠단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 <IHS Markit>은 중국이 이미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1억 7600만대의 감시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4억 5000만대의 카메라를 새로 설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시민들은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고, ‘사회적 신용 등급’ 계획에 대해 ”중국판 ‘빅 브라더’라며, 국민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감시가 도를 크게 넘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1984년』에 나오는 용어로 사회 구성원들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체계를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정부가 안면 인식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데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안면 인식 기술 적용이 인권 침해 논란으로 주춤하지만, 중국은 시민들의 반발에 상관없이 방대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광화 란저우(蘭州)대 법학 교수는 “안면 인식기가 소수의 무분별한 위반자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사법당국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중국 안면 인식 기술 업체 센스타임의 홈페이지 캡처)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