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로 조장된 ‘쉐치팡(学区房)’ 문제가 또다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쉐치팡’은 베이징의 시청구와 둥청구, 하이뎬구 등 한국의 ‘강남 8학군’에 해당하는 지역 주변의 주택을 뜻한다.
베이징에는 시청구, 둥청구, 하이뎬구에 명문 초·중등학교가 몰려 있다. 이들 학교는 지역별로 특징이 있다. 톈안먼 중심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시청구(西城区)와 둥청구(东城区)의 명문 초등학교는 예로부터 공산당 고위급 자녀가 많이 입학했다. 그래서 현재에도 고위층 집단 거주 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
베이징대·칭화대·인민대 등이 있는 하이뎬구(海淀区)에는 부유층과 고소득 전문가의 자녀가 많다. 이 지역 학교는 조부모와 부모가 해당 학교 출신이면 입학이 수월하고 그 학교 교사의 자녀도 입학이 쉬워, 부모의 권력과 부에 따라 교육세습이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특별 학군’ 주변의 쉐취팡은 늘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부분 최신식 학교 건물과 대조적으로 주변에는 허름한 판잣집과 쪽방이 줄지어 있다. 중국 전통 주택인 사합원(四合院) 형식을 갖춘 주택의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10여 개의 쪽방이 나온다. 담벼락에는 방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붙여 놓은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대부분의 집들은 매우 허름하고 지저분하지만 가격은 천정부지로 매우 높다.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인 쪽방의 가격은 1㎡당 15만 위안(약 2500만원) 안팎인 곳도 많은데, 10㎡ 넓이의 방 한 칸에 150만 위안(약 2억 5000만원)인 셈이다.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당 20만 위안(약 3320만원) 이상이 대부분이다. 방, 거실, 화장실이 각각 1개인 56㎡인 아파트 가격이 1232만 위안(약 20억 4400만원)이나 됐다. 이 아파트들은 1985년에 지어진 것이어서 시설은 쪽방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업체 중개인은 “이 지역은 늘 구매자가 많아 지금 우리 부동산에 구매를 신청해도 3년은 기다려야 한다”면서, “순번을 기다리지 않고 매물을 중간에 가로채려면 웃돈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천바오성 교육부장은 앞서 한 기자회견에서 “쉐취팡은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하려는 열망과 부동산 투기가 낳은 심각한 부작용”이라면서 “정부가 교육 자원의 재분배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중등학교나 대학이 아닌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쉐취팡 문제가 심각할까? 그것은 바로 비정상적인 교육열과 부동산 투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은 멀리 떨어진 우수 학교로 등교하는 것을 막아 학교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로 배정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시청구 등은 월세가 아닌 진짜 집 소유주의 자녀만 쉐취팡 인근 명문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허가한다. 월세 이주를 막으려는 조치였으나 결과적으로 쉐취팡 매매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값이 치솟자 쉐취팡은 부자들의 몫이 됐다. 다시 말해 일반 서민이 자녀를 명문 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집값이 너무 비싸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쉐취팡을 사들인 부자들은 구매한 집에 후커우(호적)만 올리고 집을 비워 두거나 농민공에게 값싸게 월세를 놓고 자신은 호화주택에 산다. 아이가 명문 초등학교 입학에 성공하면 자가용으로 등하교시키면 된다. 아이가 졸업하면 더 비싼 가격에 쉐취팡을 팔아 치우고 떠난다.
시청구, 하이뎬구, 둥청구는 쉐취팡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6년부터 한 집에서 1명이 명문학교에 진학하면 6년 동안 그 집에 사는 누구도 입학을 금지하는 ‘1주택 6년 한 학생 정 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한 주택 단지의 모든 가구 학생을 한 학교에 배정하지 않고 여러 학교에 나눠 보내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자는 쉐취팡에 매년 높은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할 것을 건의하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순위를 매기는 중국 특유의 서열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쉐취팡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