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오늘은 12월의 마지막 절기이자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冬至(동지)이다.
24절기 중 낮과 밤의 길이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밤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최고조에 이른다.
동지 다음날부터는 낮의 길이가 차츰 길어지기 때문에 동지는 예로부터 ‘부활’을 상징하는 날로 여겨져, 태양신에 대한 제사나 각종 축제가 진행되기도 했다.
중국 주(周)나라에서는 동지를 생명력의 부활로 여겨, 이 날을 설로 삼았다. 역경의 복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작은 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 팥죽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며 건강을 지키고 액운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도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가 기록되어 있다.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소 팥을 싫어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해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
동짓날에 먹는 팥죽을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고 부르는데, 새알만한 찹쌀 단자가 들어간 팥죽을 먹는다.
팥죽은 먼저 사당(祀堂)에 올린 다음 각 방과 장독·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여기서 팥죽을 사당에 올리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고, 집안의 여러 곳에 먼저 팥죽을 놓아두는 이유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서이다.
예부터 팥의 붉은색은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져 왔는데,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주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날에도 집안에 경사나 우환이 있을 때 팥죽이나 팥떡, 팥밥 등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밖에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으로 악귀를 쫓고, 뱀 ‘蛇(사)’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도 있었다.
동짓날 날씨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여겼으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 것으로 여겼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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