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국내 여행·엔터·게임 산업이 중국 자본에 잠식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자본은 거대 투자금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중국 온라인 여행사(OTA) 트립닷컴이 최근 국내 여행 업계에서 급속도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트립닷컴은 여행 관련 신규 앱 다운로드 건수에서 34만건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국내 플랫폼인 여기어때는 28만건, 야놀자는 22만건 수준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린 것과 마찬가지로 트립닷컴도 ‘최저가 마케팅’ 공세를 벌이며 국내 여행 산업 장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숙박·항공권 시장은 가격 비교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라도 소비자들이 더 싼 가격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트립닷컴의 경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립닷컴은 중국 최대 여행사 트립닷컴 그룹의 자회사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트립닷컴 그룹은 2019년 사명(社命)을 시트립에서 트립닷컴으로 바꿔 중국 색채를 지웠다.
트립닷컴은 숙박뿐만 아니라 항공권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항공 여객 판매 대금 정산 제도(BSP) 기준 항공권 발권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트립닷컴은 5%대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2022년 13위, 2023년 8위, 지난해 6위에 이어 상위 5개 업체에 든 것이다. 발권 실적에서는 449억원으로 4위 노랑풍선(470억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트립닷컴은 2016년 인수한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트립닷컴에서 판매하는 저가 항공권을 상위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엔터·게임은 이미 장악... 수수료 인상 등 부작용 우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게임 업계는 이미 중국 자본에 장악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기업 텐센트 뮤직은 최근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221만2237주(9.38%)를 모두 사들였다.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이은 3대 주주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2016년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지분 4%를 매입했다. 이 둘을 합치면 중국 자본 비율은 15%에 육박한다.
텐센트는 이미 국내 엔터 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자회사 텐센트 모빌리티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 지분 4.3%를 매입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텐센트 자회사인 스카이블루 크리에이티브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2.96%를 갖고 있다.
게임 분야는 중국 자본 침투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주요 게임사 상당수가 이미 텐센트를 2대 주주로 두고 있다. 국내 상장 게임사 중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의 경우, 텐센트 산하 기업 지분이 13.8%나 된다.
넷마블 역시 텐센트 자회사 한리버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7.5%를 갖고 있다. 시프트업은 텐센트 자회사 지분이 34.7%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웹젠·액토즈소프트 등에도 텐센트의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됐다.
외국 자본 유치는 어느 정도 긍정의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중국 자본이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이후에는 수수료 인상·플랫폼 종속, 데이터 독점, 소비자 정보 유출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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