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국가기관이 보유한 장기이식자와 이식 대상자 등의 가명 정보 수십만 건이 적절한 검토 없이 보험사 등 민간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는 소속기관인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대한 감사에서 장기이식 자료의 3자 제공 부적정 사례를 적발하고 기관경고, 관계자에 대한 경고 및 주의 등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관리원은 202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심의 등 적절한 검토 없이 내부 결제만 거쳐 민간 보험사와 연구기관 등 제3자에 56차례 38만5355건의 장기기증 관련 가명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는 "△정보주체인 장기 등의 기증자와 이식자 등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과학적 연구기준에 부합하는지, △자료제공 최소화의 원칙에 적합한지 등을 적절하게 검토하지 않고 민간 보험사, 연구기관, 개인 등에 제공했다"며 "가명정보의 처리 관련 기록을 작성·보관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공한 자료를 통계로 보기 어렵고, 제공 목적이 과학적 연구나 공익적 기록보존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3자 제공 정보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따졌어야 했다"고 했다.
가명이더라도 개인식별을 막을 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보험료를 차별해서 적용하는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 일부 보험사가 장기기증자에 대한 보험 계약에서 차별대우를 하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국립장기이식관리 및 등록 기관, 관련 의료기관 등이 장기 등 기증자나 이식 대상자에 관한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28조2)에 따라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으로 3자에 제공될 수 있지만, 통계작성·과학적 연구·공익적 기록보존 등이 목적이어야 하며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2023년 장기이식 정보 3자 제공 사례를 살펴보면, 모두 13회에 걸쳐 5만2974건이 제공됐다.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민간 보험사 제공된 것이 6회, 신제품 개발을 위한 참고자료로 제약회사에 제공된 사례가 4회, 연구 목적을 위한 자료로 민간 연구소에 제공된 것이 3회였다.
보험사에 준 정보의 제공 사유는 보험상품 개발 기초자료, 시장조사 및 신제품 개발 참고자료 등이었다. 하지만 대놓고 ‘보험료율 산출시 기초자료 활용’이라고 명시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제공된 정보 중에는 지나치게 세부적이어서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2018~2022년 보험사에 제공된 2만5339건은 이식연도, 성별, 이식연령(1세 단위), 장기, 기증 유형, 재이식 여부 등이 담겼다"며 "다른 정보와 결합해 특정 개인이 식별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장기이식 정보의 보험사 유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사가 관련 장기공여자의 보험료를 할증하는 등 차별 대우하는데 활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 공익을 위해 신체를 내놓은 장기 기증자들에게 보험 혜택을 주진 못할망정, 보험료를 차별한 것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일부 보험사들이 장기 기증자가 장기 기증 후 합병증이나 후유증, 추가 치료가 없는데도 장기 기증자의 장기간 보험 가입 제한, 보험료 할증, 부담보 설정 등 차별적인 인수 기준을 운영했다"고 적발한 바 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장기 등 기증을 이유로 기증자를 차별대우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관리원에 장기이식 관련 민감 정보는 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고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이식 자료제공 절차의 가명으로 제공할 자료를 판단할 자료제공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제3자 제공 업무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관계자를 경고·주의하도록 조치했다.
디지털뉴스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