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지난 추석 당일 30대 의식장애 환자가 90여 차례 응급실 뺑뺑이 중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0시 25분경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한 가정집에서 30대 여성 A씨가 불안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119 신고가 부산 항만소방서 동삼119안전센터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는 A씨의 체온과 맥박 등을 검사했지만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약 2시간 후인 오전 2시 15분경 A씨가 의식장애와 구토를 호소하고 있다는 신고가 다시 119에 접수됐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레벨1 단계여서 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서 치료할 병원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부산 시내 10개 병원에서 진료 불가 통보를 받았고, 그 사이 환자는 구급차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A씨는 오전 3시 4분경 인근 해동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CPR)과 약물 투여 등의 처치로 의식이 일시적으로 돌아왔지만 의료기기 부족으로 상급 병원 이송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부산 시내 대학병원 3곳은 물론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과 충남 천안 순천향대병원까지 연락했으나 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대는 병원 응급실에 총 92차례 전화를 돌렸지만 계속 거절당했고 A씨는 3차례의 심정지를 더 겪은 후 결국 오전 6시 25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 정부 입장과 현장 상황 차이 커
앞서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 상황을 두고 큰 혼란이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A씨의 사망으로 사회에서는 “현장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 “응급의료체계가 정상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행스럽게도 9700여 개의 당직 병의원 등에서 환자 곁을 지켜주신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의료진과 119 구급대원, 응급상황실 근무자들 덕분에 소위 '응급실 대란' 등 우려했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기간 개별 사례로 봤을 때 의료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A씨 외에도 추석 기간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최소 4건 더 확인됐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는 25주 차 임산부가 '양수가 새고 있다'며 119에 연락했지만, 병원 75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하다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았다.
지난 15일 광주광역시에서는 손가락 절단 환자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사고 발생 장소로부터 90킬로미터(km) 떨어진 전북 전주로 이송됐다.
그 다음 날인 16일 대전에서는 60대 남성이 복부에 30cm가량의 자상을 입어 119구급대에 실려갔으나 병원 16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사고 발생 후 3시간이 지나서야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같은 날 대동맥 파열 환자가 인근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헬기로 이송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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