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응급의료 기관들의 진료 역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환자가 4차례 옮겨진 ‘응급실 뺑뺑이’ 건수가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구급대 재이송 현황’을 보면, 올 들어 지난 6월 10일까지 119 구급차가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환자를 4차례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경우는 17번이었다. 지난해 한해 응급실 뺑뺑이 횟수가 15번이었는데, 이를 올 상반기에 앞지른 것이다.
지역별로는 올해 부산에서만 14건의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다. 부산에선 지난해 응급환자의 4차례 재이송이 한번도 없었지만, 올 들어 시내 주요 병원(부산대병원·동아대병원·백병원 등)에서 전공의가 대거 이탈하며 응급·중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과 경남에서도 각각 2번, 1번의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국적으로 응급실 내원 환자가 늘면서 ‘응급실 포화’ 우려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주간 내원 환자는 전공의 이탈 이전인 지난 2월 1∼7일 1만7892명에서 7월 29일∼8월 2일 1만9521명으로 9.1% 증가했다.
■ 갑자기 아프면 큰 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는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공노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119구급대원을 대표해 응급환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현재 응급환자들의 병원 선정과 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및 수용 거부 사태로 인해 이들의 생명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에 이른 국민이 벌써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며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응급환자가 14곳의 병원을 돌다가 입원하지 못하고 끝내 구급차에서 사망했다.
다음날에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환자가 병원 10여군데를 찾았지만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숨을 거뒀다.
지난 15일 충북 진천군에서도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끝내 구급차 안에서 출산해야 했다.
전공노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 개선과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및 개혁 △구급대원에게 실질적인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 거부 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응급실을 묵인하지 말고 강력히 제재할 것도 주문했다.
단체는 "응급의료법에 명시된 '다른 환자보다 위급한 환자부터 응급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면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며 "서로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모두가 내려놓고 국민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한겨레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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