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벤츠 EQE) 화재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요구하는 소비자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메르세데세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가 “경쟁 관계 등의 이유로 공급업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모델의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이들 모델 중 약 80%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코리아는 당초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차량 부품 정보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청라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와 불만이 폭증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화재로 140여대의 차량이 파손되고 477가구가 단수·정전 피해를 입었다.
벤츠코리아는 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약 3000대의 벤츠 전기차 EQE 차량을 전수 점검하라는 국토교통부의 ‘특별 점검 권고’도 수용하기로 했다. 별도 전담 콜센터를 꾸려 전기차 특별 무상 점검을 시행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 화재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력 多, 수만 대 리콜도
이번 화재 차량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이하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제품의 낮은 안전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파라시스는 지난 2019년 NCM 811 배터리를 개발해 벤츠 등 다수 OEM 차량에 공급했지만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서 다수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술력 문제가 제기됐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라시스는 하이니켈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며 "중국 업체들의 경우 국내 업체보다 배터리 품질 평가 기준이 느슨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 역량에 있어 차이가 크고, OEM에 제출하는 테스트 결과에 대한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시스는 중국 내에서 리콜된 경력도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지난 2021년 3월 ‘화재 발생 위험’을 이유로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3만여 대를 리콜 조치했다. 이에 대해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 배터리 정보 공개법 발의
이번 화재로 전기차 배터리 안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등을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병, 외교통일위원회)은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와 상품명 등 배터리 관련 정보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법안은 자동차 자기 인증 조항의 4조(자동차 제원 표시) 단서를 신설해, 전기차 제작사가 성능시험 대행자에게 배터리 제조사와 상품명이 포함된 자동차 제원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돼 배터리 제조사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전기차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규명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차량 출시할 때 차량의 크기, 무게, 출력, 연비 등 다양한 제원을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며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 한편, 중국인들은 자국산 전기차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중국에선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