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에 폭발한 벤츠 전기차 EQE350의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 제품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운행 전기차 58종 가운데 23개 모델이 중국산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비중을 수입 전기차로 한정하면 50%에 달하면서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 제도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탑재된 전기차에서 다수 화재가 발생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도 같은 이유로 2021년 3만 여대가 리콜됐다.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화재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100% 사망”이라며 “안전을 위해선 수많은 검증을 거친 제품이 필요한데 중국산이 그런 과정을 거쳤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깜깜이' 정보에 대한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과 우려는 더욱 커진 상태다. 배터리 업계에선 전기차 포비아 방지를 위해서라도 차량용 배터리 이력 추적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방침을 이미 정했거나 추진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배터리 제조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중국과 해외에선 소비자에 배터리 정보 공개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배터리 제조사와 구성 성분 등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는 차량 생산과 판매를 위해 공업정보화부(공신부)에 '형식승인'을 받는데, 이때 배터리 셀과 팩 제조사, 구성 성분 등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소비자는 공신부 홈페이지나 전기차 제조사 애플리케이션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법에 따라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全)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배터리 정보는 배터리팩에 부착된 라벨이나 QR코드를 통해 공개한다. 소비자는 홈페이지에서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가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부터 ACC(Advanced Clean Car)Ⅱ 규정의 '배터리 라벨링' 항목을 통해 제조사와 구성 물질, 전압, 용량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ACCⅡ는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무공해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연도별 비중을 명시하는 규정으로, 전기차의 사이드도어 등 소비자가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라벨을 부착하도록 했다.
국제기구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터리 원산지나 제조회사의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등 불공정한 표시로서 지양해야 한다. 식별력이 낮은 상표 사용으로 화재, 폭발 등 사고가 발생한다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도 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전기차 제조사 외에는 배터리 제조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배터리 정보 공개가 이미 세계적 추세인 만큼 국내에서도 안전한 전기차 주행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 정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배터리 정보를 알기는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배터리 인증제는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으로, '정보 공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터리 이력제'를 적극 도입해 국민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모든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종류는 물론 재활용을 위한 분해 방법이나 안전 조처, 구성 관련 세부 데이터 등을 공유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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