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정부가 비대면진료 대상자 기준을 확대한 데 대해 “안전보다 편의성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초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대상 시간과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 '재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보험료 경감 고시에 규정된 섬이나 벽지 지역은 초진인 경우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예외 지역이 '응급의료 취약지역'으로 대폭 확대된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응급의료 취약도, 즉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시군구다. 모두 98개 시군구가 해당되는데, 이는 전체 250개 시군구의 39.2%를 차지한다.
이와 함께 휴일이나 야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 한해, 처방이 아닌 상담의 경우만 휴일·야간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던 것을, 앞으로는 모든 환자에게 상담은 물론 '처방'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방안에는 환자가 6개월 이내에 대면진료를 받은 적 있는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이 아니더라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와 휴일·야간대 환자의 의료접근성 강화’를 강조하는 모양새지만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료계 “안정성 無, 편의성이 진료 최우선 가치 될 수 없어”
그동안 정부는 재진 중심의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하면서 '동일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했을 때를 재진으로 보고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지만, 이날 발표한 보완방안에는 동일 질환 조건이 삭제됐다.
지금까지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 진료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준이 모든 질환에 대해 '6개월 이내'로 통일된다.
의료계는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 허용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진 판단 기준에 '동일 질환'을 삭제한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그동안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한 달 전에 감기로 왔던 환자가 이번에 외상으로 온다고 해서 그걸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의료행위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라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편의성이 진료의 최우선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같은 질환으로 계속 진료를 받았던 환자라면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는 확보될 수 있겠지만,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 시 환자가 임상 증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 △환자 본인 확인 절차 △타인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는 행위에 대한 방지책 등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짚었다.
복지부는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는 원칙하에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와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보완방안이 의료계가 아닌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치우쳐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비대면 진료 처방 불가 의약품
다만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지침에 의사의 '대면 진료 요구권'을 명시하기로 했다.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 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다는 점을 명시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의 처방 불가 의약품에 마약류와 오남용 의약품(23개 성분·290 품목)외에 부작용이 큰 '사후피임약'을 추가하기로 했다.
사후피임약의 경우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어 부작용이 크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하지만, 남성이 처방받는 등 부적절한 처방 사례가 있어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는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 등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의약품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살펴 제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처방전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처방전을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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