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최근 국내 공학자 2명이 '중국공정원'(中国工程院) '원사'(院士)로 임명된 데 대해 중국공산당(중공)의 ‘영향력공작(Influence Oper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과 공동 주최한 한국세계지역학회(KAAS) 동계학술회의에서 "최근 우리나라 공학자 2명이 한국인 최초로 중국공정원 원사로 임명됐다고 한다. 이들이 중국 '천인계획'(千人計劃)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공정원에 따르면 한국공학한림원 김기남 회장(삼성전자 SAIT 회장)과 이상엽 부회장(KAIST 연구부총장)은 한국인 최초로 중국공정원(CAE) 외국회원에 선출됐다.
김 회장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공정 및 설계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한 10나노급 D램과 3차원 구조 V낸드 등의 메모리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왕립공학원, 스웨덴왕립공학원, 미국국립공학한림원 외국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대사공학을 창시해 여러 원천기술과 생물공정을 다수 개발했다. 미국 공학한림원과 미국 국립과학원의 회원, 그리고 한국인 최초 영국 왕립학외 회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 천인계획
1994년 설립된 중국공정원은 중공의 공학기술전문 자문기관으로서, 중국 공학기술계와 관련한 국가의 기본전략을 제시하고 공학기술관련 연구와 국가경제·사회개발계획에 대한 자문을 수행한다.
원사는 중국 공학‧과학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중공이 최고의 영예로 부여하는 칭호로, 중국 인구 중 1300여 명에 불과하며 외국 회원은 111명이다.
주 교수가 우려를 표한 천인계획은 중국의 경제성장 및 산업고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중국 국무원이 세운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젝트다.
국적과 관계없이 해외 우수인재, 기업, 단체 등을 대상으로 연구 비용을 지원해 수많은 첨단기술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야심이 담겼다.
이 계획은 표면적으로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단순 재정 후원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는 서방의 과학자들을 매수해 기술을 빼돌리는 스파이 활동으로 밝혀져 국제적인 비난과 경계를 받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2013년에 발간한 '중국 천인계획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천인계획에 선정돼 유치된 해외 인재들은 중국과학원 원사와 중국공정원 원사로 선발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우수한 생활 및 편의여건을 제공받는다.
중국 정보기관으로서 전 세계를 상대로 영향력공작을 벌여온 국가안전부와 중국공정원, 그리고 천인계획(해외 인재유치사업)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확실히 드러나진 않는다.
그러나 국가안전부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내 정치인, 사업가, 학자를 포섭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광범위하게 휴민트(인간정보활동·HUMINT)에 투자해온 것은 서구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영향력공작은 초한전(超限戰) 일환
'회색지대전략'(Gray Zone Strategy)이라고도 불리는 영향력공작은 군사와 비군사, 평화와 전쟁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상대방의 대응을 곤란하게 하고 자신의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전술이다.
평시(平時)와 전시(戰時)의 구분이 없고 모든 것이 전쟁의 수단이자 공격의 대상인 '초한전'(超限戰·) 전술의 하나이기도 하다.
주 교수는 “반도체공정‧설계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세계 바이오 화학산업의 선도자인 이들이 천인계획의 일환으로 유치됐는지, 중공이 무슨 이유로 이들을 선정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중공 공학기술전문 자문기관의 원사로 임명된 것이 정황상 우려스럽다는 것”이라며 “서구의 모든 중국 전문가는 천인계획을 영향력공작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석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