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파룬궁’ 소재 영화가 중국의 개입으로 상영이 무산돼 문화주권 침해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요구된다.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독립영화사 ‘뉴센추리필름(NCF)’은 지난 13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영화 ‘배우의 꿈(Silver Screen Dreams)’의 상영작 선정이 유력했으나 중국 외교부의 개입으로 무산됐다고 최근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올해 3월부터 장편(러닝타임 60분 이상)과 단편(러닝타임 60분 미만)으로 나눠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작을 모집해왔으며, NCF는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응모했다.
‘배우의 꿈’은 러닝타임 75분 장편 극영화로, 2022년 ‘아메리칸 골든 픽처 인터네셔널 필름 페스티벌’에서 주제가상 수상을 비롯해 지금까지 28개 상을 수상하는 등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에서도 처음엔 상영작 선정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NCF 관계자는 “조직위로부터 중국 출신 심사위원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심사위원에게서 호평을 받아 상영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NCF는 지난 9월 조직위로부터 출품된 영화가 상영작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중국 외교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 파룬궁 탄압 해외 확장?
‘배우의 꿈’은 물질적 이익과 순수한 예술에 대한 추구가 충돌하는 중국 영화계의 어두운 내막을 다룬 영화다.
여주인공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뇌물을 동원한 다른 배우에게 배역을 빼앗기고 이후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불운이 겹친다. 눈물과 원망의 10년 세월을 보내던 그녀는 한 중의사의 소개로 파룬궁(法輪功) 수련 서적을 접한 후 인생의 전기를 맞게 된다.
NCF 측은 영화 상영이 무산된 데 대해, 부패 등 중국 영화계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묘사와 극중 등장하는 파룬궁 관련 소재가 중국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봤다.
중공이 타국의 문화주권을 침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제작자인 그레이스 웨이는 “이런 일은 처음은 아니다”라며 “이미 여러 차례 중공의 방해가 있었는데, 이번에 한국에까지 검은 손을 뻗은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배우의 꿈’은 지난 10월 7~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시사회를 포함해 두 차례 상영을 예정했고 말레이시아 국립영화사(FNM)로부터 개봉 허가도 받았지만 내무부 영화검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NCF에 보낸 공문에서 “2023년 7월 28일 외교부와 논의한 결과 파룬궁이 중국에서 금지됐음을 확인했다. 이런 영화를 상영하면 중공과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상영 취소 처분 이유를 밝혔다.
지난 7월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NCF는 한 지방도시가 주최한 영화 축제에서 ‘배우의 꿈’과 또 다른 영화 ‘선(善)의 힘(The Power of Compassion)’을 출품해, 주최 측으로부터 ‘지역사회기여상’ 단독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시의회 중국계 의원들이 시장에게 몰려가 항의했고 이후 시장은 돌변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더해 다음 날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모든 참가팀에게 ‘지역사회기여상’이 수여되는 비상식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이 영화 축제에서 ‘선의 힘’은 최우수 단편영화상에 선정됐지만, 트로피 수여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영화 출연 배우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가려 했지만,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저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 등으로 불가피한 일이었다”며 영화사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진실, 선량 사라진 중국사회를 사는 이들의 현실
NCF 관계자는 중공이 탄압 중인 파룬궁을 등장시킨 점에 관해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는 데 가장 적합한 소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심각한 사회다. 부당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처럼 공산당에 의해 모든 정신적 가치가 말살된 사회에서 ‘진선인(真善忍)’의 중요성을 강조한 파룬궁과의 만남은 여주인공이 원망을 극복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데 꼭 필요한 영화적 장치”라고 말했다.
파룬궁(法輪功)은 1992년 처음 중국에서 일반에 공개된 수련법으로, 탁월한 심신개선 효과로 전국에서 수련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당시 중공 총서기 장쩌민은 파룬궁 수련자 수가 공산당원 수를 넘어서자, 당의 입지 수호 등을 이유로 파룬궁을 적대 세력으로 간주, 1999년 7월부터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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