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소품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가 6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열린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혔다.
이번 전시는 대통령들의 삶의 기록을 담은 다채로운 소품과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 존 하지 미군청 사령관이 참석한 1948년 취임식에서 ‘개화 두루마기’를 입었다. 전통적인 옷 고름 대신 단추 2개가 달린 이색적 유품이다.
그 옆에 놓인 옥색 타자기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 시절부터 애지중지했던 필수품이다. 이 전 대통령은 78세에도 타자기를 ‘독수리 타법’으로 누르며 손수 외교문서를 작성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장을 시찰할 때마다 드로잉 수첩을 곁에 뒀다. ‘승용차에서 사용하시던 메모철’이라고 겉면에 적힌 하늘색 가죽 수첩이 대표적이다. 이 수첩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구상안이 남겨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일상과 겨울의 대관령을 찍었던 카메라,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의 실사용 헬맷과 청진기도 함께 전시돼 가슴을 울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새벽 조깅을 자주 즐겼다. 전시실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신었던 운동화 한 켤레가 방금 벗어놓은 듯 남아 있다.
조깅은 김 전 대통령에게 건강관리 이상의 의미였다. 1993년 8월, 김 전 대통령은 참모도 모를 만큼 비밀리에 금융실명제를 전격 발표했다. 거사를 앞두고 그날 새벽 조깅은 평소보다 2배 빨랐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성품을 설명하는 ‘대도무문(大道無門)’ 서화,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석으로 만든 ‘기념품’도 흥미를 돋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꽃나무를 다듬던 화훼용 가위는 가장 상징적이다. 1980년 신군부에 체포된 김 전 대통령은 책 읽기와 꽃가꾸기로 감옥생활을 견뎠다.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메달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발명가였다. 사법고시를 준비중이던 1974년, 노 전 대통령은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개량 독서대로 실용신안권을 획득했다. 당시 그 독서대가 전시실을 찾았다. 2004년 자이툰 부대를 예고 없이 전격 방문해 장병들에게 선물한 손목시계에는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이밖에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사베트 쿠웨이트 국왕에게 선물받은 은제 돛단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인한 프로축구 사인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즐겨 불었던 퉁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용했던 자전거 헬멧,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앤디 워홀의 판화 ‘시베리아 호랑이’ 등도 관람 가능하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는 74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써 내려간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다"며 "대통령들의 상징적인 소품을 통해 그들이 권력의 정상에서 고뇌하고 결단을 내리던 순간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 전시방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청와대 본관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열린다. 대통령별 전시 부스엔 재임시절 소품들이 그에 얽힌 스토리텔링과 함께 전시돼 있다.
본관은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대통령이 국빈을 맞이하고 집무를 하던 시기 모습으로 복원되고 있다.
이번 전시 기간에는 그동안 카펫 보호를 위해 설치되었던 덮개가 철거되고 원래의 붉은 카펫을 밟아 볼 수 있다. 본관 건립 시 설치됐던 미술작품들도 제 자리를 찾아 다시 전시품의 일부로 설치된다.
중앙계단 '금수강산도'는 제작 당시 은을 혼합해 채색했던 금색 부분이 산화돼 검게 변한 것을 김식 작가가 직접 복원해 금빛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충무실 전실에 있던 10폭 병풍인 이수덕 서예가의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 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국무회의장이었던 세종실에 설치된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는 청와대에서 사용됐던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이 창고에서 나와 전시된다.
문체부는 이번 전시에서 시설물 보호와 관람객 안전을 위해 본관 관람객 수는 동시 수용 200명 규모로 조정하기로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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