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A씨는 최근 16살 아들과 15세 이상 등급 드라마를 보다가 노골적인 동성 간 키스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드라마에 이런 장면을 넣었어야만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해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데 대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사 없이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OTT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오는 5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지난 2월 28일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 설명회를 열고 5월 중 OTT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기 이전에는 OTT 사업자는 콘텐츠를 공개하기 전 영등위의 등급 심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OTT 사업자들은 통상 1~2주가 걸리는 심의기간 때문에 콘텐츠 공급 속도가 늦어지고 수익이 감소한다고 주장해왔다.
'OTT 자체등급분류'는 영등위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가 스스로 시청 등급을 결정해 콘텐츠를 서비스하도록 한 제도다.
지금까지 OTT 콘텐츠 시청 등급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체부 산하 영등위의 사전 심의를 통해 매겨졌다.
영등위가 사전 심의에서 사후 관리로 정책을 전환한 배경에는 국내 OTT 플랫폼 수와 콘텐츠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영등위 심의 구조가 급변하는 미디어산업 환경을 적시에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
기존 영등위 사전 심의는 평균 14일 정도 소요된 반면 제도 시행이 본격화되면 원하는 시기에 즉시 콘텐츠 등급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OTT 업계는 등급분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제도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사후 관리를 비롯해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
영등위는 등급 분류 기준 등 교육을 강화하고, 등급 적절성 검토를 위한 감시와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서 자체등급분류가 먼저 도입된 게임 업계에서도 제도 시행 이후 일부 미성년자 이용가 게임에서 선정성,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기 때문.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규제가 약화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영등위가 실시한 '영상물 등급분류 인지도 및 청소년 영상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8%가 OTT 업체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등급을 낮춰서 분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65%에 달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OTT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학교폭력을 미화하고 과격한 남녀 간 몸싸움, 동성애 소재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제도 도입으로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 것은 당연하다.
최근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3'은 학교폭력을 희화화했다가 도마 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도 남자 출연자가 대결 도중 무릎으로 여자 출연자의 가슴을 누르는 장면으로 논란이 일었다.
청소년들의 동성애, 마약 등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운 작품들도 OTT 시장에 계속 쏟아지고 있다.
‘왓챠’의 경우 국내 OTT 시리즈 중 최초로 동성애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시맨틱 에러'를 공개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원작의 수위를 12세 관람가로 낮추고 BL(Boys Love)라는 소재를 캠퍼스 로맨스로 포장해 논란이 됐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TV에 비해 OTT 프로그램들은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적기 때문에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영등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국내외 OTT의 등급분류 심의를 진행한 콘텐츠 7,149편 가운데 1,517편(21.2%)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최근 3년간 OTT에서 제공된 콘텐츠의 5건 중 1건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셈이다.
김 의원은 "국내 OTT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성장한 가운데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특히 마약, 폭력, 음주 등 청소년 유해 영상물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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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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