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거래 자금이 중국의 지하 금융조직에 의해 세탁되고 있다는 미 수사당국의 보고가 나왔다. 이들은 중국·미국·멕시코 3개국에 걸쳐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마약단속국(DEA)과 연방 수사기관들은 중국계 지하 금융조직이 멕시코의 시날로아(Sinaloa) 카르텔 등 마약 조직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현금 세탁과 송금, 환전까지 조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DEA 등은 중국계 지하 금융조직이 마약 거래 자금을 미국 은행 계좌와 환전 등을 통해 정식 자금처럼 세탁하는 움직임을 수년간 추적·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시날로아 마약 카르텔에서 할인된 가격에 달러를 사들여 미국 내 중국인들에게 중국판 카톡인 위챗(WeChat) 광고, 교묘한 환율 차익 거래, 위조 여권, 심지어 ‘생일 축하’ 문구가 적힌 가방까지 동원해 돈세탁을 해왔다.
이 조직은 4년 동안 약 5000만 달러(약 700억 원)의 마약 거래 수익금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DEA 관계자는 “중국계 조직은 경쟁 세력보다 낮은 수수료로 사실상 멕시코 마약 조직의 자금세탁을 독점하고 있다”며 “이들은 은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합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돈세탁 조직은 대부분 중국, 미국, 멕시코에 흩어져 거주하는 중국인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멕시코 카르텔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달러 현금을 넘겨받아 미국 내 중국인들에게 높은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챙겼다. 미국 내 수요자들은 대부분 자산 이동을 원하는 중국계 부유층이나 사업가들이었다.
DEA는 지난 2021년 1월 캘리포니아 다우니의 한 오피스 건물에서 한 남성이 생일 축하 문구가 적힌 흰색 선물봉투에 22만6000달러가량의 현금을 넣어 중국인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돈세탁은 미국 전역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국경을 넘나드는 카르텔이 펜타닐, 메스암페타민, 코카인 등 미국인 수백만 명이 쓰는 불법 약물을 밀수하는 유일한 이유인 엄청난 수익을 숨기는 방법이다.
중국계 세탁 조직은 미국 은행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위조 여권을 활용하거나, 실제 현지인을 포섭해 수십 개의 계좌를 운용하며 수사망을 피해 왔다.
미 은행들은 매년 수천만 건의 의심스러운 거래 내역을 보고하고 있으나, 이 중 실질적인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금융 당국은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도입한 상태다.
중국 금융조직은 은행 대신 기업체를 이용해 마약 자금을 카르텔에 환급하는 다양한 방법도 사용한다. 예컨대 중국 상품을 멕시코에 수출해 저가에 판매한 뒤 대금을 지급하거나, 위안화를 멕시코 페소로 환전한 후 송금하는 방식 등이 활용된다.
미 당국은 이러한 경로가 중국·멕시코미국을 잇는 ‘범죄 금융 생태계’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정밀하고 광범위한 단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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