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 에너지부(DOE)가 ‘보안 우려’를 이유로 15일(현지시간)부터 ‘민감국가 리스트(SCL)’에 한국을 포함해 관리한다. 이번 조치에 따라 동맹국인 한미 양국간 원자력이나 에너지, 첨단 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협력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DOE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를 이유로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된 나라와는 연구협력, 기술 공유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이 포함된 기타 지정 국가는 테러지원국이나 위험 국가에 비해 우려 수위가 낮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리스트상 최하위 범주다.
여기에 포함되면 상대국 인사가 에너지부 및 산하 17개 연구소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 미국 측 인사가 상대국을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도 추가의 보안 절차가 필요하다.
DOE는 바이든 정부 때인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SCL)상의 ‘기타 지정 국가’로 추가했으며 이날 시행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북한 등 테러지원국, 중국, 러시아 등 위험 국가가 우선적으로 포함된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DOE가 공식적으로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 내부 규정이기에 직접 발효 여부를 확인할 순 없다. 그러나 미 에너지부가 이 건을 협의 중인 우리 외교 당국에 변동 여부를 통보하지 않은 만큼 시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현재까지 이 사안이 유예되거나 변경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래 공식적으로는 공개하지 않는 명단이라 해제했다고 알려오지 않는 이상 발효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측의 보안 우려에 따라 내려진 이번 조치로 인해 동맹국인 한미 간 원자력이나 에너지, 첨단 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협력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새로운 제한은 없으며 한국과 긴밀하게 과학·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과학 협력에서 북한 등과 사실상 비슷하게 취급하면서 한미 동맹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해재 요구’ 반영 안돼
한국 정부의 반복적인 해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감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지 않은 것은 내부 절차 등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 삭제를 위해서는 연례 검토 등 자체적인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날 민감국가 리스트 발효와 민감국가 해제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DOE와 국장급 실무협의 등 적극적인 교섭을 지속하고 있지만, 민감국가 해제는 미측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양국간 국장급 실무협의에서 DOE 측은 민감국가 지정이 현재 진행 중이나 향후 추진하는 한미 연구·개발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도 민감국가 리스트 해제까지는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 측은 우리 정부와 소통 과정에서 해제 시기나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DOE는 지난 1981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왔고, 1993년 12월 한국 정부가 그 사실을 파악하고 해제를 요청했으나 7개월이 지난 1994년 7월에야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DOE가 내부 규정이란 이유로 지정·해제 절차와 그 결과, 지정 이유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지정 이유가 민감 정보 취급 부주의 때문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며 교섭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민감 정보 취급 부주의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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