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세계 최고의 금연 정책을 펴온 것으로 평가받는 뉴질랜드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담배금지’ 법안을 폐기한다고 밝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보건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전 정부의 금연법의 주요 내용을 폐기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금연법은 저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정부 시절인 2022년 12월 도입됐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이 법은 2027년에 성인이 되는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가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5만달러(약 1억20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도록 했다.
법안에는 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점의 수를 10분의 1 수준인 600개로 축소하는 등 내용도 담겨 제대로 실행될 경우 30년 후에는 환갑 넘는 노인만 담배를 피우는 ‘담배 청정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다.
아울러 △매년 5천명의 생명을 구하고, △2025년 흡연율을 인구의 5%로 낮추며 △향후 20년 동안 해마다 13억 뉴질랜드달러(1조 255억원)의 보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이유로 아던 전 내각의 금연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호주와 영국 등이 ‘담배 금지법’을 추진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담배 소매업자를 포함한 관련 업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정권이 교체되면서 법안은 폐지 위기를 맞았다. 보수 정권인 중도 우파 국민당이 6년 만에 집권하면서 ‘전 정부 지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니콜라 윌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그해 11월, 금연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연정 파트너인 우파 성향 뉴질랜드퍼스트당 및 자유방임주의적인 행동당이 금연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윌리스 장관은 “담배 판매점 수와 제한 범위를 줄이면 국왕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38% 득표율로 1당이 됐다. 이후 뉴질랜드퍼스트당 및 행동당과 연정 구성 협상을 벌여왔으며, 동년 11월 금연정책 철회 등을 조건으로 연정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뉴질랜드퍼스트당은 총선에서 아던 정부의 금연 정책 철회를 공약으로 내걸어 6%를 득표했다.
뉴질랜드 새 정부의 금연 정책 철회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오타고대학교 공중보건 전문가인 리처드 에드워즈 교수는 ‘BBC 방송'에 “세계를 선도하고 매우 훌륭한 보건대책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퇴행시키는 조처”라고 비난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금연 2025년 위원회’의 로버트 비글홀 의장도 BBC를 통해 “흡연자들이 (고소득층) 감세로 인한 부담을 져야한다는 제안은 충격적이다”고 비판했다.
여론도 정부 결정에 부정적이다. 현지 매체 ‘원뉴스’가 이달 뉴질랜드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금연법 폐지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비정부기구 아오테아로아 건강연합의 의장인 리사 테 모렌가 교수는 “여론조사는 뉴질랜드인들이 금연법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면서 “시민들은 젊은이들이 흡연 중독으로부터 보호받는 국가를 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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