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유럽에서 생계 보장과 환경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농민들의 함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프랑스에서 촉발된 농민시위가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 등 주변 국가로 빠르게 확산됐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EU-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FTA를 위한 EU 농업장관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 약 900명의 농민이 트랙터를 몰고 와 △농산물 수입 △소득 감소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벨기에, 프랑스 등 각지에서 왔으며, 트랙터에는 'EU-메르코수르 FTA를 중단하라' '수입 농산물은 공해' 등 현수막이 내걸렸다.
앞서 EU는 각지에서 확산한 관련 시위에 농민들의 휴경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사실상 제한하기로 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내놨지만 농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EU는 이날도 27개국 농업 장관들은 회의에서 농민들의 행정 부담의 완화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합의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 생활고 위협하는 온실가스 정책
유럽 농민들은 EU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정책에 따른 농업용 유류에 대한 세금 우대 철폐, 화학 비료와 농약 등 환경규제 강화로 농업소득이 줄고 앞으로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농업생산에 필수적인 에너지, 비료 등 투입재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농산물 판매가격은 이에 못 미쳐 농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 부문에 대한 세금 감면 철회와 환경규제 강화는 농부들의 고통을 배가 시키고 있다.
값싼 수입 농산물의 유입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와중에 자연환경 회복을 명분으로 농지의 4%(2030년까지 10%)를 휴경하도록 하는 정책도 농업계의 반발을 샀다.
외국의 값싼 농산물을 낮은 관세나 무관세로 수입하면서 EU 농민들에게만 환경 규제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 것이다.
이에 더해 매년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경영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데 반해 이에 대응한 정책적 관심이 미흡한 것도 한몫했다. EU 농민들은 정책 결정권자들이 그들의 생계와 농업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등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농민들의 시위는 농가경제의 어려움을 보듬지 못한 상태에서 급격히 추진된 환경정책과의 충돌이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누적의 결과로 해석된다.
따라서 EU는 무엇보다 농민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농산물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날이 증가하는 농업경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소득안정망 장치 마련에도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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