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캐나다의 한 종합병원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방문한 여성에게 '의료 조력 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 · MAID)을 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여성은 “살기 위해 도움을 원했는데 절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 캐나다 언론, 외신 등에 따르면 만성 우울증 환자인 캐서린 멘틀러(37)는 지난 6월 캐나다 밴쿠버 종합병원에서 자살 충동에 관한 상담을 받았다.
먼저 임상의와 상담을 한 멘틀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제안 받았고, 다음날 의사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밤 한 직원이 멘틀러에게 찾아와 “현재 병상이 부족하다. 의사를 만나려면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MAID를 고려해봤냐?”고 물었다.
게다가 그 직원은 투여되는 MAID에 사용되눈 약물과 구체적인 치사량,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가 MAID 후 느낀 '안도감' 등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MAID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로 스스로 삶을 끝맺는 방식이다.
당시 심경에 대해 멘틀러는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 인스티튜트’와의 인터뷰에서 “직원의 권유에 매우 놀랐고 그런 종류의 대화를 나눌 장소도 아니어서 불편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을 쉽게 말하는 것도 충격적이었다”면서 “아무리 환자가 큰 고통을 겪는다 해도 살아갈 가치에 대해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멘틀러는 “나는 만성적인 자살 충동을 겪고 있지만 삶의 기쁨도 찾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는 MAID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24년까지 정신질환자에게 MAID를 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병원의 행동은 이상했다"고도 말했다.
멘틀러는 직원의 제안을 듣자마자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녀는 “살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절망적이었다”며 “병상이 부족하다는 안내와 치료보다 죽음을 먼저 제안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일자 병원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캐나다 연방 규정을 준수했으며, 직원들은 환자의 위험을 평가하는 임상 평가를 완료한 뒤 메이드를 처방한다”며 “고통을 겪은 멘틀러씨에게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크리스천 인스티튜트에 “그녀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에 대해 사과했으며, MAID 제안은 환자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한 ‘절차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캐나다는 2016년 말기 질환자나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대한 의료 조력 사망을 합법화했다. 2021년에는 불치병 환자까지 범위를 넓혔다.
2024년 3월부터는 거식증,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존엄사가 허용되는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의사 2명으로부터 환자의 정신 상태가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확인될 경우 의료 조력 사망이 허용된다.
크레이튼대학교 의과대학의 인문학 의학 교수인 찰리 캐모시(Charlie Camosy) 박사는 미국 가톨릭대학교 인간생태학 연구소의 패널 토론에 출연해 “조력 자살은 ‘미끄러운 경사’”라고 경고했다. 즉 의사가 조력 자살을 받아들이면 종종 신체적 고통, 그리고 결국 정신 건강상의 고통에 대한 안락사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스위스를 비롯해 캐나다, 미국, 호주(6개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고, 최근 국가마다 허용 움직임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조력 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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