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5월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지난 5월 중국을 찾은 자리에서 중국 정보당국자와 만나 "양국 정보당국 간의 소통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CIA는 번스 국장의 방중 사실을 인정했다.
번스 국장이 만난 인물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관례상 CIA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맡아온 중국 국가안전부의 천이신 부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번스 국장은 지난 2021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을 찾은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다.
FT는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관리 중 한 명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백악관이 미·중 관계 악화를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번스 국장의 방중은) 미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의 고위급 접촉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정찰풍선, 반도체, 대만해협 문제 등으로 냉전 중이다.
특히 양측은 정찰풍선 사태 이후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하는 등 주요 소통 채널이 끊기면서 대화가 단절됐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고위급 소통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자주 목격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10시간 넘게 회동하고 양국 관계 현안 전반에 대해서 논의했다.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은 지난달 25∼26일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 참석차 방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회동해 경제 현안을 다뤘다.
셰평 신임 주미 중국 대사도 지난달 23일 부임하면서 약 5개월간의 주미 중국대사 공백이 메워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de-coupling)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크, de-risk)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 하려 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양국 국방수장 간 대화는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최근 중국에 직접 서한까지 보내 국방수장 간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오스틴 장관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개막 만찬에서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짧게 인사했지만, 의미있는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이밖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파로 채워졌던 대중 외교 안보 라인을 대폭 개편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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