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릴라크 하다니 교수가 이끄는 식물학 연구팀은 과학저널 '셀'(Cell)에서 토마토와 담배, 밀, 옥수수, 선인장 등이 내는 소리를 처음으로 녹음하고, 어떤 식물이 어떤 상황에서 내는 소리인지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 먼저 배경 소음이 전혀 없는 고요한 지하실에 음향 박스를 설치하고 그 속에 토마토와 담배를 넣은 뒤 10㎝ 떨어진 곳에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또한 음향 박스에 이들 식물을 넣기 전 일부에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온전한 식물과의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식물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40~80㎑의 고주파 소리를 내며, 식물의 종류와 스트레스의 성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주파는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대 주파수는 약 16㎑이다.
하다니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는 식물이 발산하는 진동을 감지한바 있지만 이 진동이 공기 중 음파, 즉 녹음할 수 있는 소리가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로 그 의문이 해결됐다”고 했다.
이러한 식물의 소리는 스트레스 빈도가 클수록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은 시간당 평균 한 번 미만으로 소리를 냈지만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른 것은 시간당 30~50차례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토마토와 담배 외에 밀, 옥수수, 선인장 등도 같은 실험에서 소리는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물마다 내는 소리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녹음된 소리를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식물들이 내는 소리가 식물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토마토와 담배는 각각 물이 부족할 때 내는 소리가 다르고,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이 알고리즘을 배경 소음이 많은 온실 속에 있는 식물들에 적용해 이들이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 구분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식물이 소리를 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불분명하지만 연구팀은 식물 관다발계(vascular system)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 터지는 '공동'(cavitation) 현상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다른 생물체와 소통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며 "다른 동식물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