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의 항만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대형 크레인에 정찰용 스파이 장치가 장착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기업 ZPMC(상하이젠후아중공업)가 미국 항만에 납품한 선상 크레인에 경로추적 장치와 센서 등이 있어 정보 수집 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일부 국가 안보 및 국방부 관리들은 ZPMC 항만 크레인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고 있다”며 “미군이 이용하는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 항구 등에도 해당 크레인이 설치돼 있어 안보 우려가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ZPMC는 20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서구 업체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크레인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약 100개 국가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업해 데이터 실시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글로벌 항만 자동화 사업의 선두주자가 됐다.
현재 ZPMC는 국제 크레인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80% 정도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ZPMC 크레인이 원격으로 접근 가능해 미국의 물류망을 교란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항만 물동량을 교란하거나 군사 장비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같은 해 미 연방수사국(FBI)도 볼티모어항으로 ZPMC 크레인을 운송하던 화물선을 수색해, 해당 선박에서 정보 수집 장치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중국 측이 미국 정보를 수집할 우려가 높다는 게 미 당국의 분석이다.
ZPMC 크레인이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되는 것에는 이 업체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 Co)의 자회사라는 이유도 있다.
CCCC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경제영토 확장사업)의 주요 계약 업체다. 미국 정부는 2020년 CCCC가 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 상태다.
안보 우려가 불거지자 미국 내 일부 항구는 ZPMC의 크레인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스위스 회사 ABB의 소프트웨어로 바꿨다. 조지아주 서배너항 등은 ZPMC 대신 핀란드 코네크레인의 크레인을 사용한다.
전직 미국 방첩 고위 관료 출신인 빌 에바니나는 WSJ에 “항만 크레인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며 “크레인은 비밀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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