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2차 세계대전 당시 1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위조전문가 아돌포 카민스키(Adolfo Kaminsky)가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카민스키가 이날 파리의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10대였던 카민스키는 염색공장과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습득한 잉크 제거 기술로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에서 유대인들의 신분증을 수정해 그들의 탈출을 도왔다.
유대계 프랑스인들은 ‘이삭’이나 ‘아브라함’ 등의 이름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를 프랑스인의 느낌이 나는 새 이름으로 바꾼 것.
카민스키는 이 위조 작업에 초등학교 시절 학교신문을 편집할 때 배운 기술을 이용했다.
카민스키는 생전 인터뷰에서 "유대인 어린이를 위해 900장의 출생증명서와 300장의 식량배급 카드를 3일 안에 위조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밤을 새워 만든 위조문서를 사용해 유대인 어린이들은 스위스나 스페인 등 인근 국가로 탈출할 수 있었다.
당시 카민스키는 “1시간에 30장의 문서를 위조할 수 있지만, 1시간 잠을 자면 30명의 생명이 사라진다”고 되뇌면서 이틀간 밤을 새웠다.
그가 만든 위조 문서로 수용소행을 피하고 생명을 지킨 유대인의 수는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였으며, 카민스키는 위조서류를 만들어준 댓가로 단 한 번도 돈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민스키는 문서위조 기술도 능해 프랑스의 비밀 유대인 지원 조직 사이에서 각종 주문이 쇄도했다.
유대계였던 그는 1943년 수용소에 끌려가 죽을 위기에 겪었다. 다행히 아르헨티나 국적이어서 변을 피할 수 있었고, 이후 위조 문서 일을 시작했다.
NYT는 카민스키가 전쟁 중 너무 많은 일을 한 탓에 시력이 크게 손상됐고 결국 한쪽 눈이 영구 실명됐다고 전했다.
카민스키는 1970년대 초반부터 위조와 관련된 일을 그만두고 사진가로 전업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위조범’)로도 제작돼 2016년 에미상에서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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