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紫光)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전날 밤 대만 증시에 중국 자회사 싱웨이가 최소 53억8천만 위안(약 1조 98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폭스콘은 지난 7월 공시에서 사모펀드 출자 방식으로 칭화유니에 53억8천만 위안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칭화유니 전체 인수 자금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사모펀드인 베이징즈루자산관리와 베이징젠광자산관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파산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칭화유니를 600억 위안(약 11조 2천600억원)에 인수했다.
베이징즈루와 베이징젠광은 민간 사모펀드지만, 실제 인수자금을 댄 곳에는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직접 칭화유니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며, 폭스콘의 투자는 중국의 움직임에 동참한 행위로 평가됐다.
폭스콘은 철회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가 칭화유니 자회사인 창장메모리(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추가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 평론가 에미 후는 페이스북에 “미 상무부가 YMTC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자마자 폭스콘이 한밤중에 칭화유니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폭스콘이 칭화유니 지분을 토해 낸 것은 미 정부의 압박을 느낀 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외에 대만 정부의 ‘대중국 첨단 기술 유출 금지 강화’ 시책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정부는 중국으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 2월 법무부ㆍ내무부ㆍ국방부가 마련한 국가보안법 개정안과 양안관계조례 개정안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경제간첩죄’와 ‘영업비밀 국외유출죄’가 추가됐다.
기술 유출이 적발되면 간첩죄를 적용해 최대 12년의 징역형과 1억 대만달러(약 43억 원)의 벌금을 물린다. 허가 없이 핵심 기술을 국외에서 이용한 경우 역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당시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첨단 산업은 대만 경제의 생명줄”이라며 “최근 몇 년간 각종 수단을 동원해 대만의 인재를 빼내 가고 기술을 탈취하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법 개정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중국 자본이 출처를 가장해 대만에 불법 투자를 벌이거나, 대만 기업으로 위장하는 수법으로 인력을 고용하고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가안전회의(NSC)와 중국 담당 당국인 대륙위원회도 해당 투자를 국가안보 문제로 다뤄 투자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친중 성향의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은 대만 당국의 승인을 얻지 않고 해당 투자에 나섰다. 이에 대만 정부는 폭스콘에 2천500만 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칭화유니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로 알려졌지만, 중국 안팎에서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성과 도출에 실패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큰 오점이 됐다. / 연합뉴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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