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유엔(UN·국제연합)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2030년까지 지구촌 기아를 종식하기로 했지만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달성이 요원해졌다.
반면 세계 곡물기업들은 국제 식량 위기와 식품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어 이들로부터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해 빈곤층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 국제기구 “2030년 기아 종식 달성 요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전망 2022∼2031’ 보고서에서 “추가 노력 없이는 유엔 지구촌 기아 종식이 2030년까지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2015년 총회에서 2030년까지 17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기아 종식은 빈곤 퇴치에 이어 두 번째 목표다.
하지만 갈수록 잦아지는 가뭄·폭염 등 기상이변과 코로나19 팬데믹, 러·우 전쟁 등으로 기아 인구는 되레 늘었다.
FAO 등 국제기구는 최근 ‘2022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아 인구를 7억680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9.8%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보다 1억5000만명 증가했다.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81개국에서 극심한 기아 인구가 4700만명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2030년 세계 인구의 8%인 6억7000만명이 기아에 허덕일 것으로 전망했다.
■ 곡물 대기업... 식량난으로 떼돈
반면 국제 공급망 혼란과 식량 가격 급등으로 세계 곡물 대기업은 더 큰 수익을 올려 지구촌 식량난을 틈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월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세계적인 식량 가격 급등으로 세계 4대 곡물기업들이 이윤을 높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FAO에 따르면 올해 식품 가격은 20% 이상 급등했다. 2014∼2016년 평균가격을 기준(100)으로 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40.9포인트로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곡물가격지수는 147.3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173.5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 곡물시장은 알파벳 에이비시디(ABCD)로 불리는 4개 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에이디엠),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이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들어 식량난 속에서 기록적인 매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디엠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69% 상승했고, 카길의 2022년 회계연도 수익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650억달러였다.
가디언은 “2024년까지는 식량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며 "향후 2년 간 이들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식량 가격 폭등과 관련해 기업의 재고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만큼 기업에 의해 가격이 조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리비에 드 슈터 유엔 빈곤·인권 특별보고관은 ‘가디언’에 “곡물시장은 쏠림이 심하고 투명성이 떨어져서 폭리를 취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세계적 식량난이 단순히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었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곡물) 대기업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내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구호·자선단체들은 이들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 빈곤층 구호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을 올린 기업에 물리는 초과이윤세다.
그린피스 활동가 사비오 카르발류는 그린피스 홈페이지를 통해 “곡물기업들은 ‘기아 폭리자’”라고 비판하며, “식품기업과 원자재 교역상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알렉스 메이틀랜드 선임고문도 “곡물시장의 불투명적인 운영은 식량 가격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관련 기업들이 재고 등을 조작해) 기아자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농업신문
도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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