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의 한 미술 공모전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그림이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람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공모전'의 ‘디지털아트·디지털합성사진’ 부문에서 게임 디자이너인 제이슨 M. 앨런(39)이 AI로 제작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1위를 수상했다.
수상작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의 인물들이 눈부시게 밝은 거대한 원형 창이 있는 공간 앞에 서 있고, 이 창 너머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텍스트로 된 설명문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앨런은 이런 식으로 얻은 작품 중 3점을 골라 대회에 제출했고, 이 중 하나가 1위를 한 것이다.
미술전 디지털아트 부문의 규정을 보면 창작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색깔을 조정하는 등 디지털 방식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행위가 인정된다.
앨런은 “얼마 전 미드저니를 테스트해 보는 디스코드 채팅에 초대됐다가 프로그램의 사실적인 결과물에 매료돼 수백 개의 그림을 만들었고, 이번 공모전을 알게 돼 작품을 출품했다.
수상 후 그는 자신의 우승 소식을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에 올리고, 이것이 다시 트위터로 옮겨가 급속히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네티즌들은 단 한 번의 붓질조차 하지 않은 작품이 우승을 차지하는 게 정당한지, 더 나아가 사람이 아닌 AI가 생성한 그림을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트위터에서는 “AI가 만든 것은 예술이 아니다”, “예술에 대한 모독”, “작가의 발상 자체가 해괴하다”는 등 거센 비난이 일었지만 “포토샵과 같은 작업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문구 입력 부분은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등의 옹호 의견도 일부 있었다.
앨런은 NYT 인터뷰에서 "나는 제출할 때 미드저니를 사용했다고 명시했다"며 "아무도 속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떤 규정도 어기지 않고 우승했다"고 주장했다.
주 박람회를 감독하는 콜로라도주 농무부 측도 “앨런은 작품 출품 시 미드저니의 사용을 밝혔다. 이 부문의 규칙은 창작의 일부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예술적 관행을 허용한다”며 수상작 선정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AI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올해 미드저니뿐 아니라 '달리-2'와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 프로그램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누구나 텍스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손쉽게 복잡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AI가 생성한 예술품은 본질적으로는 첨단기술로 둔갑한 표절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AI가 그리는 그림은 결국 기존에 존재한 이미지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NYT는 AI 작품은 기존 작가들이 공들여 그린 이미지 등 기존 이미지를 학습해 짜깁기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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