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리투아니아에 이어 ‘친(親)대만’ 행보에 나선 슬로베니아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의 ‘슬로베니아·중국 기업협의회’ 소속 기업들은 중국이 슬로베니아 기업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거나 투자를 철회하는 등 리투아니아에 했던 것과 유사한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로베니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경제영토 확장사업)에 참여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최근 대만과 가까워지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게 됐다.
중국의 보복은 슬로베니아와 대만이 상호 간에 비공식 대사관 격인 대표처 설립을 위해 협상 중인 사실이 알려진 후 나왔다.
앞서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는 지난 17일 인도 국영방송 ‘도어다산’과의 인터뷰에서 “리투아니아처럼 대만과의 관계를 격상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상호 대표처 설립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협상 중”이라며 “대사관급이 아닌 많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대만 주재 기구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얀사 총리는 대만을 “민주 국가”라고 불렀고, “대만 국민이 독립을 원한다면, 슬로베니아는 그들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한 나라는 바티칸을 포함해 모두 14개국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리투아니아가 ‘대만대표처’ 설치 이후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데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얀사 총리는 “유럽 국가 상당수가 대만과 일정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명칭 사용에 차이는 있지만 리투아니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유럽 각국이 대만과 외교적 접촉을 할 때마다 항의를 해왔지만, 리투아니아 사례처럼 대응한 전례는 없다. 중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독립을 위해 싸워온 작은 나라를 고립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해 7월 ‘대만’의 대표처 설치 요청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
리투아니아 쪽은 ‘하나의 중국’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만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승인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중국은 즉각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리투아니아 대사도 추방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대만대표처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공식 개설되자 양국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다.
또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인 리투아니아행 화물 열차 운행도 중단시키고 리투아니아산 상품의 수입 통관도 봉쇄했다.
EU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EU는 “중국의 행위는 WTO 규정상 차별적이며, 불법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리투아니아는 물론, 리투아니아산 내용물을 함유한 다른 유럽 국가 수출품도 겨냥하면서 EU 내 다른 지역에서의 수출 업체들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고 제소 이유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EU가 중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일반적으로 수년이 소요되는 WTO 분쟁 해결 절차를 고려할 때 상징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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