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의 한국 포털 사이트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정 세력의 조직적 여론 개입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올해 초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작성자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을 표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댓글 국적 표기법)을 대표 발의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중국 응원 비율이 91%로 압도적으로 높았던 일을 언급하면서 댓글 국적 표기법의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라며 "댓글 국적 표기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댓글 조작이나 여론조작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좌파 성향의 포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여론을 조작해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공작이 자행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기우가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댓글 국적 표기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 포털에 대한 중국 특정 세력들의 개입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고, 나아가 중국 IP를 우회해서 사용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포털 사이트는 중국 등 해외 IP로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에 대한 국적 표기와 댓글 서비스 원천 폐쇄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국내 포털서 中 폭풍 응원
앞서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포털 다음(Daum)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 응원은 약 2000만건으로, 전체 응원 클릭의 91%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을 응원한 클릭은 9%에 그쳤다.
전날(9월 30일) 북한에 4대1로 패한 여자 축구팀 8강전 경기에서도 북한을 응원하는 비율(75%·65만회)이 한국을 응원하는 비율(25%·22만회)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운영사 카카오가 파악한 결과, 확인된 IP가 만들어 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건 중 해외 IP 비중이 86.9%(1993만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즉시 서비스를 중단하는 한편, 이번 일이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활용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도 예고했다.
정부와 여당은 특정 세력에 의한 여론 조작 가능성을 점치며 철저한 수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댓글국적표기법 역시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김 대표과 같은 당 의원 11인은 지난 1월 27일 인터넷 댓글 작성자의 국적 표기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포털 댓글 작성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 혹은 국가명을 명시하도록 하고, 실제 접속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우회접속 하는 경우에도 우회접속 여부를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플랫폼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주무관청에 이를 제출하는 의무를 위반했을 때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 정치 세력, 특히 중국이나 북한의 '댓글 부대'가 국내 여론에 개입한 정황이 다수 의심돼 왔다.
중국 정부가 대학생 등을 동원해 호의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댓글부대로 알려진 '우마오당'(五毛黨)과 비슷한 조직이 국내에서도 대대적으로 댓글 작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다.
이러한 우려는 2017년 대선 당시 포털 인기 검색어와 인터넷 기사 댓글 작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여권의 의심을 불 지피는 계기가 됐다.
■ 국민 70% “특정 세력 여론 조작 막아야”
인터넷 댓글 국적 표기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약 70%는 ‘특정 세력이나 부적절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대한민국 성인남녀 4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댓글 국적 표기 의무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68.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포털, 커뮤니티 등의 댓글이 사회 여론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를 묻는 질문에 42.6%는 ‘다소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한 인터넷 댓글 국적 표기에 대해 본인의 의견과 가까운 항목을 묻는 질문에서는 ‘특정 세력이나 부적절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68.5%로 가장 높았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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