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항(港) 사용권을 중국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15일 중국 매체들은 “항구가 없는 중국 동북의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6월 1일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3년 제44호 공고’에서 “지린성 국내 무역 화물의 국경 간 운송 업무 범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경유 항구’로 신규 추가한다”면서 “동북 노후 공업 기지 진흥 전략을 실현하고, 해외 항구를 이용해 국내 무역 상품의 국경 간 운송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동북부 내륙에 위치한 길림성과 흑룡강은 그동안 해상 물자 운송을 위해 1천km나 떨어진 요동성의 대련항까지 육로를 통해 이동해야 해 물류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두 성의 주요 통상구로부터 200km 이내 거리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물류 비용을 크게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에 관한 공동성명’의 일환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양국 지방 협력과 국경 지역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실제 효과를 제고하며 러시아-중국 ‘동북-극동’ 지역간 호혜 협력을 발전시킨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향후 가스관 신설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나진항을 동북지역의 해상 출구로 삼으려고 했다. 2000년대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뜻) 전략에 따라 나진항과 청진항 부두의 30∼50년 장기 사용권을 확보했으며, 북한과 공동으로 나진항을 중계 무역항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 강화로 북·중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중 국경까지 폐쇄되면서 나진항 사용이 중단됐다.
한편 당초 러시아는 민주당 정부 시절 블라디보스토크항과 연해주 등 극동 개발에 자본과 기술, 인력을 갖춘 한국을 유망한 파트너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중국과 밀착하면서 항구 사용권을 중국에 전격적으로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 블라디보스톡은 원래 ‘한국 땅’
일부 국내 언론들은 '중국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을 얻게 된 것을 원래 중국 땅이었다가 청나라 때 러시아에 넘긴 만큼 중국으로서는 163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사용권을 되찾은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외관으로만 관찰한 결과로 명백한 오보에 해당된다.
연해주에 속한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원래 조선의 영토였으나 청나라 말기 1860년 베이징조약에 의해 임의로 러시아에 넘어간 '통한의 고토'이다.
이 일대는 조선 시대 녹둔도가 있던 곳으로 조선 중기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베이징을 점령해 대부분 이주한 후 간도와 더불어 '봉금령'으로 묶여 있던 때에도 조선족들이 들어가 농사를 짓고 조선정부에 세금을 내며 실질적인 조선의 영토로 관리되었다.
녹둔도는 조선 세종 때 김종서가 개척한 6진의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선조때 이순신 장군이 만주족(여진족)을 물리치고 세운 병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녹둔도는 '두만강 안의 섬'으로 하중도라는 의미이나 실제상으로는 육지와 연결된 땅 전체를 가르킨다. 러시아는 녹둔도 점령 이후 ‘해변의 작은 어촌’이란 뜻의 중국식 지명 ‘해참위’(海參葳)를 ‘동방 정복’을 의미하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바꿨다.
이후 이곳은 동해 북부 연안의 최대 항구 도시로 자리매김했고, 러일전쟁(1905년)을 계기로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는 19세기말 '얼지 않는' 부동항'을 찾아 집요하게 남하하면서 아이훈조약(1958년)에 의해 아무르강 북부를 확보하고 불과 2년후 2차 아편전쟁으로 베이징조약을 체결해 블라디보스코크 일대를 추가로 획득했다.
통일경제뉴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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