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중동 순방에 나섰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귀국했다. 또 양국 불화의 원인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사우디로부터 역공을 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16일(이하 현지시간) 나흘간의 중동 순방 중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방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및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원유 증산을 요청했으나 확답을 얻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목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원유 증산 요청 외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제재 동참 요구 등이 있었지만 모두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이틀간의 이스라엘 방문을 마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와 처음으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카슈끄지 암살 문제는 모든 회담에서 제기했으며,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으며, 책임 있는 이들을 처벌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특히 미국이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미군이 이라크전 당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저지른 포로 학대 사건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난민촌 군사작전을 취재하다 총탄에 맞아 숨진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 등을 거론하며 미국도 인권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정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해 원유 증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에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 GCC 회원국과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등 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제적인 (석유) 수요를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 향후 수개월간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며 사우디에 원유 증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원유 증산 논의는 없었다. 8월 3일 열리는 러시아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에서 시장 상황을 평가해 생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번 회의는 모호한 공동성명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연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해왔지만 파이살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이스라엘과의 군사 또는 기술 협력에 대해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빈손 순방’에 대해 “그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 사우디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개 비판하며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BC 방송’이 지난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3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바이든의 증산 요청 불발로 유가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1달러 오른 배럴당 97.59달러, 브렌트유는 2.06달러 상승한 101.16달러에 마감했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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