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중국이 대외 투자 확대 등 경제 수혈로 각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자국의 체제 비판을 봉쇄하는 새로운 세계 미디어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지난 25일 ‘새로운 미디어 질서를 추구하는 중국’이라는 제목의 52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은 비밀리에 각 국의 언론을 통제하며 보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에서 실행하는 검열 구조와 정보관리 모델의 해외 수출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미디어 전쟁’ 전략을 내세웠다. RSF는 “이것은 인민해방군에 의한 정보 전략의 일부라고 간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RSF의 2018년 세계 보도 자유도 순위에서 180개국 중 176위였다.
중국은 세계 각국 대사관과 공자학원 네트워크를 통해 협박과 경제 회유 등의 수법으로 현지 매체에 압력을 넣어 공산당의 논조를 강요한다. 또한 과거의 혁명과 투쟁, 인도적 범죄 등에 대한 은폐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영향력 강화를 위해 대량의 경제 수혈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산하의 국제 텔레비전 방송(CGTN)의 글로벌화, 해외 매체 투자 및 광고 기사 게재, 매체 광고 인벤토리 사재기, 전 세계 주요 언론 기자를 중국에 초청해 관광 등의 향응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CGTN는 140개국으로 TV프로를 제공하고 라디오 방송인 중국국제방송(CRI)은 현재 65개 언어로 각국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는 광고료를 내고 세계 30개 주요 매체와 지방신문에 ‘차이나 워치’라는 페이지를 삽입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이 포함된다.
RSF의 세드릭 알비아니(Cedric Alviani) 아시아 지역 사무국장은 “차이나 워치를 받아들인 신문사들은 공산당 지도자, 정책 입안자, 사법 관계자 및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평가해 중국 공산당 정부의 의도대로 선택되었고, 이들 신문사들은 고액의 광고료를 받게 되므로 재정적 압력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중국 공산당 정부의 대외 미디어 전략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며, ‘이러한 고액의 광고료는 각 언론사를 압박하는 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기사를 게재할 경우 중국은 해당국의 주재 대사를 통해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RSF는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는 언론사의 경우 이러한 중국의 위협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자국에 불리한 해외 기사에 대해 ‘14억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는 이유를 종종 내세운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해외 매체 열람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RSF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치관과 행동의 자유가 허용되지만 중국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관용성을 악용해 대외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 주재하는 중국 관영매체 기자는 중국 첩보부인 국가 안전부가 제공하는 기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기관, 기업, 토지 등에 대해 ‘보도’라는 이름으로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 외신 기자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 정지, 체류기간 단축, 미행, 협박 등 비정상적인 횡포를 빈번히 자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뉴욕 타임즈, 영국 BBC, 호주 방송협회 등은 기자의 비자 일정이 의도적으로 단축되거나 발급 자체가 거부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호주 의회는 해외 관영매체를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미국 역시 CGTN과 신화사 통신을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라 등록할 것을 결정했다.
RSF의 크리스토프 델루아르 (Christophe Deloire) 대표는 “중국이 은밀히 진행 중인 해외 미디어 장악 음모를 조속히 차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각국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을 계속 강요할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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