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유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돈보따리 외교에, ‘화웨이 보이콧’ 전선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이날 회원국들이 자율적으로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장비 도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줄리안 킹 EC 안보담당 위원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EU 전체의 5G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체 보안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EU 회원국들이 오는 6월 말까지 개별적으로 5G 네트워크 인프라에 관한 보안 위험 평가를 실시해 보고할 것과 △유럽 사이버 보안기구(ENISA)에 10월 1일까지 안보위험평가보고서 제출 요구 △12월 말까지 EU 차원의 일괄적 조치 합의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C는 이번 권고안에서 각 회원국에 특정 5G 장비나 서비스,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원국들에게 보안 요건을 개선하고 공급자와 사업자에 관한 의무를 강화하는 등 네트워크 보안을 보장할 것과 다양한 장비 제조업체를 확보할 것 등을 촉구했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요구를 사실상 무시한 EC의 이번 발표는 시 주석의 돈보따리 외교에 따른 입장 변화로 해석된다.
지난 22일 이탈리아와 최대 200억 유로(약 25조 6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일대일로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에 성공한 시 주석은 그 여세를 몰아 25일 프랑스를 방문해 일대일로 협력을 요구하며, 에버서스 항공기 300대 구매 계약 등 총 400억유로(약 51조원)에 달하는 돈보따리 외교를 펼쳤다.
이 같은 규모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예상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모두 180억 달러어치의 에어버스 비행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었다.
시 주석의 통 큰 구입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파리로 초청해 시 주석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EC는 이들의 회동에 맞춰 이번 발표를 진행했다.
EU가 입장 변화에 대해, 장기적 불황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통화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중국의 돈보따리 외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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