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3월 들어 수도권에서 6일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등 국내 대기 상태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한국 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연일 부인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에 이어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매우 복잡하므로 종합적인 관리는 과학적 태도에 근거해야 하며,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방안 마련을 지시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관련 보도를 알지 못 한다”면서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루캉 대변인은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147㎍/㎥를 넘었지만 최근 이틀간 베이징에는 미세먼지가 없었던 것 같다는 말로 사실상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대기오염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고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한 5일 오전까지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200㎍/㎥를 넘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루 대변인이 든 예는 ‘중국 책임론’ 반박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중국은 앞서 지난 1월에도 생태환경부가 “맹목적으로 남 탓만 하다간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말해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중국의 대기질이 수치상으로는 이전보다 개선됐다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오염물질이 많아 절대적인 미세먼지 농도가 여전히 높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 Visual)이 최근 발표한 ‘2018년 PM2.5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100개 도시 중 중국이 57개나 포함됐다. 이들 도시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허톈(和田)에서부터 베이징 인근 허베이(河北)성 스좌장(石家庄)까지 중국 전역에 고루 분포돼 있다.
중국은 대기오염의 핵심적 요인으로 알려진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나라다. 중국의 대다수 가정과 공장, 발전소 등에서는 값싼 석탄을 선호하고 있어, 전체 에너지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일부 자료에는 한반도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수도권 지역의 단위면적당 석탄 소비량이 전국 평균의 4배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당국의 불투명한 관련 통계도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한층 어렵게 하는 요소다. 중국은 대기오염 농도만 공개할 뿐 오염물질 배출량은 함구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와 공장, 농작물 등 각 유형별로 어떤 요인이 공기 질을 얼마나 악화시키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일례로 중국은 지난 2013년부터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오염물질 추적조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초안적인 자료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을 언제 공개할지, 관련 내용이 얼마나 믿을만한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환경장관 회의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자국의 비상저감조치 시행 현황 공유’, ‘해당 조치의 공동시행’ 등이 합의됐지만 중국이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계속 부인할 경우 합의된 내용의 원만한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대기질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6일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지시에는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과 한중이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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