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외교·군사 분야를 넘어 국제 우편요금 산정 문제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현재의 만국우편연합(UPU) 요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책정돼 있다며, 이 부분을 개선할 것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
UPU는 1874년 창설돼 144년의 역사를 맞고 있으며 우편 영역의 단일화, 우편물 중계의 자유보장 등 우편업무의 효과적 운영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로 현재 192개국이 가입돼 있다.
UPU의 국제 우편 요금은 각국의 물가수준과 구매력 등을 감안해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에는 선진국보다 40~70% 저렴한 배송료를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1파운드 소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부치면 2.50달러의 배송료가 나오지만 미국 LA에서 뉴욕으로 부치면 7~9달러의 배송료를 물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UPU 요금이 개도국에게 낮은 요금을 적용함에 따라 미국의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요금제도 개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UPU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요구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 현 UPU 체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 중국 제조업체의 대미 수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물품 중 5%만 자체 운송망을 이용하고, 나머지 95%는 UPU의 국제우편망을 이용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UPU를 탈퇴하고 독자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배송비 인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국제 우편요금을 둘러싼 갈등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며 국제 우편과 주문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그 여파는 관세 폭탄 못지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SCMP는 미국이 UPU를 탈퇴할 경우 중국의 영세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미국 쇼핑몰에 입점해 온라인상거래를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편요금이 인상하면 동일한 제품을 판다 해도 경쟁력이 없어지는 만큼,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중국 수출기업이 해외로 수출하는 물품의 70%는 UPU 협약이 적용되는 국제우편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CMP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스타일위’ 양싱젠 CEO를 인용해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전통적인 수출 제조업체를 겨냥한 것이라면, UPU 탈퇴 위협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를 겨냥한 것”이라며, “국제우편요금 개편은 UPU 협약에 의존하는 중국의 중소 전자상거래업체가 경쟁력을 잃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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