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발표 후 불과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포드 자동차의 부회장을 지낸 스티븐 비건을 임명하고, 그와 함께 다음 주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이 없어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북 취소와 관련해, “폼페이오의 향후 방북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해결된 이후가 될 것”이라며, 앞서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 개입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의 핵심 키로 삼으려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시사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안부와 존중을 전하며 곧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방중 후 북한이 미국에 대해 갑자기 강경 모드로 돌변한 것과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지난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을 계기로 진행된 비핵화 협상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중국 배후론’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미·중은 22~23일 워싱턴에서,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국제문제 담당 차관과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대표로 하는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특별한 성과없이 끝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려 있다.
중국은 지난 23일 미국이 160억 달러의 자국산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발효한 데 대해 같은 규모로 보복에 나섰지만, 미국은 추가로 중국산 제품 2천억달러 어치에 대한 관세부과를 준비하고 있어 매우 불리한 형세에 처해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관세전쟁 외에도 ‘영유아 불량백신’, ‘금융 도산’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방북 일정을 무역전쟁 해결 후로 수정 및 잠정 연기함에 따라 내달 북한을 방문해 북중 간 우의를 과시함으로써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던 시 주석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대중 무역문제 선 해결”을 이유로 방북 일정을 취소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한 9·9절(북한 정권수립 기념일)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면 미중 관계는 한층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외교 관련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북미 협상에 중국이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면서 “미중 무역갈등 문제를 이유로 방북을 취소한 것은 사실상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과 같다”고 진단했다. (사진: AP/NEWSIS)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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