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에 강경 모드로 일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결과에 대해 미 언론과 정치계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1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무역,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내내 중국을 ‘경제의 적’으로 규정하고,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시정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미 정부도 이번 순방에 앞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압박과 중국의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무역 불균형,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등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2535억 달러 이상의 비즈니스 계약과 투자협정’이라는 선물 보따리로 트럼프의 입을 막아버렸고,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들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회담 연설에서도 양국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10일, 방중 일정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떠나기 직전 트위터를 통해 미·중 무역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을 뿐 양국의 주요 현안에 대한 회담 결과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천억 달러를 잃도록 놔둔 데 대해 나는 전임 정권들의 무능을 비난하지,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인데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나라도 똑같이 했을 것”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버락 오바마 정부 등 미국 전임 전부 탓으로 돌렸다.
시 주석도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기간 양국이 2535억 달러 이상의 비즈니스 계약과 투자협정에 대한 합의 내용만을 밝혔을 뿐 기타 주요 현안에 대한 회담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각 외신들은 ‘280조 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경협 약속을 받은 대가로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야당인 미국 민주당에서도 비난 성명을 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난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비난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거나 중국의 무역정책으로 일자리를 일은 수백만명의 미국인들도 중국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명에서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해 사자처럼 선거운동을 한 후 대통령이 되어서는 양처럼 통치하고 있다. 대통령은 어린이 장갑을 끼고 중국을 다룰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했던 대로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에 대한 입장을 뒤바꾼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핵·무역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두고 충돌없이 끝난 이번 미중 회담에 대해, 시 주석이 승자라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것과 달리 시 주석에 무역적자 책임을 묻지 않고 관계 구축에만 공들인 데다 2535억 달러(약 283조원) 경제적 성과의 실체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양국 정상이 발표한 15건의 합의문은 대부분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라며, 실현된다고 해도 앞으로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선물 보따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래는 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투자 건이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ㆍ시노펙)와 중국투자공사(CIC), 중국은행 등 3개 공기업이 430억 달러(약 47조91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이 계약이 최종 서명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보잉 항공기 구매 거래’ 건도 마찬가지다. 양국 정상회담 직후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C)는 미 보잉사에서 항공기 300대를 사들이기로 했다. 거래 규모는 370억 달러(약 41조30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300대 가운데 신규 주문이 몇 건인지는 불분명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에 대해 ‘보잉기 계약에 신규 주문 건수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날 발표된 계약 대부분이 트럼프 방문을 위해 재포장된 과거 계약이거나 구속력 없는 MoU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적자와 관련해 비난의 화살을 전임 정권에 돌린 것에 대해 “중국의 초대형 아부성 전시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꼬집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굉장한’ 중국 방문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시진핑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언론 뿐 아니라 워싱턴 정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결과를 싸늘한 시선으로 봤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밥 메넨데즈 의원(민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을 중국의 변덕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고, 베이징 소재 국제정책연구소인 카네기-칭화센터의 폴 해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무역 및 북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은 국내 정치환경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VOA)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