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유럽의 신용불안을 막기 위해 중국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인가.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그런 흥정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주 EU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지원 기능을 현재의 4배인 1조 유로(약 1,500조원)로 확대하는 것이 합의된 후, 세계 제일의 외화 보유국인 중국이 그 출자자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차이나 머니’에 대한 기대감이 전해지는 한편 중국 정부가 투자를 카드로 삼아 유럽에 담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캐서린 애쉬턴 EU 외교정책위원장 3일 ‘EU는 중국과 강력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원하는 중국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이 EU에 요구하고 있는 대중국 무기금수조치 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중국 무기금수조치는 1989년 천안문 사건에 항의해 EU가 취한 조치로 지금까지 중국은 계속해서 해제를 요구해 오고 있으며, 이를 해제한다면 중국은 유럽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구입할 수 있어 아시아와 세계에서 군사적인 우위를 점해 ‘핵심이익’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목적은 당연히 대중국 무기금수조치에 그치지 않으며, ‘시장 경제국’에 대한 조기 승인, 위안화 인하 문제 및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 억제 등 다방면에 걸쳐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논평에서 유로권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번 금융위기는 유로권 ‘내정 문제’이며, 그 본질은 내부의 ‘강대국이 약소국을 돕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 있으므로, 그러한 상황하에서 중국에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장점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역시 중국의 투자로 ‘손에 들어오는 경제적인 혜택이 단순한 환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측이 요구하는 ‘위안화 인하 문제나 중국 내 인권상황에 대한 비판 억제’라고 하는 담보는 ‘대가로서는 비싸다’고 진단하고, ‘유로권 전체는 중국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U 지원에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의 3조 달러(약 3,300조원)를 넘는 외환보유고도 실상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재미 중국인 경제학자 허칭롄(何淸漣)은 중국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외화는 5,000억 달러에 지나지 않고 EU가 기대하는 1조달러의 투입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허씨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외환 가운데 ‘미국채가 1.15조 달러, 유로 채권이 5,000억 달러, 일본 국채는 금액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 아시아 국가간 통화스왑(currency swaps) 협정 맺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하면 중국의 유동 가능한 외화는 5,000억 달러 수준이며, 비상시 필요한 유동성 외화범위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허씨는 또 ‘중국 자신의 경제압박이 시작된 직후’라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금융긴축정책과 부동산 거래제한정책(限購令)으로 많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으며, 토지 양도금을 중요 재정 수입원으로 하는 지방 정부의 부채가 팽창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긴축으로 인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민간 고리대금에 손을 댓다가 상환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평론가 린바오화(林保華)는 부채와 재정부족으로 중단된 각종 건설 계획을 예로 들며 중국이 ‘자신이 선전하는 만큼 경제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중국 정부는 (EU보다) 더 고전하고 있다. EU의 구세주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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