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선(子仙 중의사)
[SOH]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는 진료소에서 놀았다.
“어떤 환자는 그동안 처방을 많이 썼지만 병이 호전되지 않았거든. 어느 날 나는 골치가 아파 그 환자의 약에 대황(大黃)을 한 움큼 집어넣어 봤어. 그런데 그 환자는 설사를 심하게 한번 하드니 병이 말끔히 나았대.”
그 때 이렇듯 의사들끼리 주고받는 말을 들은 것이 내가 의업(醫業)을 행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같은 병도 하나의 방법만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의술은 자기가 아는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를 어릴 때부터 깨닫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내게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셨다. 중의사이신 외조부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조선소 직원이 도끼에 허벅지를 찍혀 살점이 떨어진 상태로 내원했다. 외할머니는 환자의 피가 계속 흐르자 뒤뜰의 바위틈에 자라는 야생초를 찧어서 상처에 감싸주셨다고 한다. 피는 곧 멈췄고 며칠이 지나자 남자의 상처는 기적처럼 아물었단다.
내가 외할머니께 당시 무슨 약초를 썼는지 묻자, 외할머니는 모른다고 했다. 단지 돌 틈에서 자라는 풀을 보고 이렇듯 자생력이 강한 풀이라면 지혈도 되고 살도 붙여 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꽃, 풀, 식물은 모두 약으로 쓸 수 있을 거야. 다만 그것이 어디에 좋은지 몰라서 사용하지 못할 뿐이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중의사가 된 지금도 할머니의 이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
언젠가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한 남성이 내원했다. 각종 검사를 하고 약을 먹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그를 두어 달 동안 치료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나는 그가 두통을 호소할 때 귀가 온통 붉게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귀에 얼음을 대도록 했다. 그러자 불덩이 같던 그의 귀가 20여 분만에 내려가며 두통이 멎었다. 나는 그에게 집에 돌아가서 두통이 발작할 때마다 귀에 얼음을 대도록 했다. 석 달 후 그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은 귀에서 열이 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얼음을 대는데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나는 ‘대도(大道)는 아주 간단하고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체의 70%는 물이다. 물이 뜨거워지면 얼음을 더하고 차가워지면 숯을 넣어 덥히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주: 이 글은 필자가 임상에서 겪은 경험에 불과하며 모든 두통에 얼음을 대면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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