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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계란 바구니

편집부  |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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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선(子仙 중의사)
 
[SOH] 가끔 어린 시절 한 노인이 줬던 계란 한 바구니가 생각난다.


언젠가 어머니를 따라 장을 보러 가다 비틀거리며 걷는 한 노인을 만났다. 어머니는 “왕(王) 선생님, 어디 편찮으세요?”라며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노인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가워하며 “아, 의사선생님이시군요!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게다가 연탄을 좀 많이 들었더니 허리가 삐끗해 똑바로 설 수가 없습니다. 보험이 없어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설은 다가오는데….”


어머니는 노인의 손을 잡고 집으로 와 침을 놓고 부항을 떴다. 잠시 후 허리를 곧게 편 노인은 고맙다며 연신 인사를 했다.


며칠 후 노인은 고향 친척이 보내준 계란을 들고 우리집을 찾았다. 보답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거절했지만 노인은 성의를 봐서라도 계란을 받아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계란이 귀했다. 어머니는 노인의 기분이 상할 것 같아 계란바구니를 받고 대신 설을 쇠기 위해 준비해 둔 생선을 주었다.


나는 계란먹을 생각에 흐뭇해졌다. 그러나 어머니는 “얘야! 이 계란을 거문고 선생님께 갖다 드리자. 그동안 선생님께 학비를 드리지 못했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실망스러워 눈물을 글썽인 채 계란바구니를 들고 선생님께 갔다.


미국에 건너온 후 어머니와 함께 수퍼마켓에 들렀다가 계란값이 싸서 감탄한 적이 있다. 이상한 것은 계란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어릴 때 먹던 그 계란맛을 느낄 수 없었다.


어느날 휴대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내가 담당했던 환자가 허리를 삐끗했다며 최근에 직장을 잃어 의료보험도 없고 카드빚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허리를 다쳐 외출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일단 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환자는 무료로 치료를 받았고 요통도 호전됐다. 그녀는 정말 고맙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그 환자는 자신이 키우는 닭이 낳은 거라며 계란 한 바구니를 들고 나를 찾았다. 그날 내가 계란 바구니를 집에 가져온 것을 본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네 앞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어떻게 사람 노릇을 해야 하는지 배웠으니 말이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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